파과를 보며

흠집이 난 사과를 맛보았습니다.
먹어 본 어느 사과들보다 더 맛이 좋았습니다.
모양은 볼 품 없었지만 안에는 꿀이 흠뻑 들어있고 베어 문 한입 가득 과즙이 달작하게
흘러들었습니다.
그러나 볼 품 없다고 단지 흠이 있다고 싸게 넘겨지는 파과 라고 이름 붙여져 사과였습니다.
갑자기 그게 이상하게 가슴이 아릿해 왔습니다.
우리 자신은 과연 얼마나 흠이 없고 완전한 것일까요?
미운 마음, 흠 있는 성질, 험상 궂은 모습들 모두 감추고 온전한 냥 서로들에게 좋은 모습들만 보이려는 위선들 사이에서 파과라 이름 붙여짐이 당당하게만 느껴쪘습니다.
어쩌면 예수 그리스도는 가장 아름다운 파과는 아닐까요?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의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
파과 앞에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