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17가지나 되는 쇼핑 리스트대로 물건을 다 구입하여 기분이 좋았습니다.
빼먹지 않고 산 것에 스스로 대견해 하며 물건을 싣고 내려가며 아차! 그럼 그렇지 샴푸 세트가 실리지 않은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바로 되짚어 계산대로 돌아가 문의하니 두고 간 샴푸세트가 없다는 매우 야속한 답변만 돌아 왔지요. 아니 1, 2분 사이에?
그때부터 계산 영수증 디밀고 확인해 달라 고객 센터를 오고가고 드디어 마트 보안 담당자까지 불러 CCTV를 확인 한 후에야 없어진 이유를 알았습니다.
정신 없는 내가 계산은 다하고 물건을 카트에 넣으며 오직 하나 샴푸만 빼놓고 돌아서는 순간
날쌘 제비 마냥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뒤 손님이 집어 들고 가버렸다는 어이 없는 일이…
CCTV를 확인 하며 두어 시간 기다릴 때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중에 누가 남의 물건을 그냥 가져가거나 혹은 사람을 해꼬지 하고서도
들키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정의로운 척 나설 수 있겠지.
남의 샴푸를 가져간 그 젊은 아줌마도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보면서는 얼마나 정의감에 불타 돌을 던졌을까?
마트의 보안 업체 담당자는 그 아줌마의 명백한 절도가 확실하니 경찰에 신고 하시라 오히려 내게 부탁하며 2주간 그 CCTV 자료를 보관하겠노라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17500원 샴푸 하나로 절도범 만들 수는 없는 터 억울하지만 포기하고 집에 돌아오니 남편을 포함한 이것을 들은 언니형부 모두들 내 잘못이라 하네요.
하나같이 절도 신고는 말도 안된다 하며 정신 없이 빼먹은 내가 빌미 제공자라 제일 나쁘답니다.
17500원 샴푸는 그렇게 포기 하였지만 난 그것을 가져간 젊은 아줌마의 가족을 위해 기도합니다.
‘제발 정신없이 물건 놓고 가는 또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내 것이 아니면 돌보듯하기를, 공짜로 얻은 샴푸라고 시원하게 머리 감지 말기를. 그리고 하나님 만나기를.’
나 또한 나쁜 일들 만드는 빌미 제공자가 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