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날 위해

어제도 아주 경쾌하게 껌을 씹으며 지나더니 오늘은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왠지 일이 잘 해결 된 것 같아 제 마음이 가볍기만 합니다.

처음에 본것은 올 3월 어느날 날씨도 으스스한 아침,
그날 아침에 3월이라 기분을 새롭게 가지려고 (사실 대부분의 학교가 3월이면 어수선합니다.)
나름대로 노래도 크게 부르며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출근하는 길은 아침에는 인적이 손으로 셀 정도인 길이고 한적해서 걸어가는 것이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쌀쌀하다 싶은 아침에 별로 따뜻해 보이지 않는 차림의 여인이 언덕 길을 걸어 올라 오는데
표정이 몹시 어두워보여 괜히 신경이 써 졌습니다.
이왕이면 아침에 밝음 표정을 보는게 나도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추운 날씨에 언덕을 넘어와 힘이 들어서 그렇겠지 하며 차타고 지나는 내가 괜스리 미안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거의 같은 시간에 마주치게 되는게 날씨가 점점 풀려 화창한 봄 날이 되고, 진달래 개나리 만발한 꽃길이 되어도, 그만한 산책 길이 따로 없을 만큼 좋은 길이건만 여름가고
또 추워진 날씨가 되어가는데도 그 사람의 표정은 늘 어둡고 어느때는 울 듯한 얼굴로 보이기까지 하였습니다.

여러 날이 지나면서 어느날 부터인지 그 사람을 위하여 기도하며 지나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습니다.
주님, 그 사람을 알지 못합니다. 사정이 어떠한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생활에 여유가 없다면 마음을 여유있게 하여 주시고, 심신이 아프다면 건강을 주세요. 화목한 가정을 이루게 하시고, 웃을 수 있게 하여 주시고, 행복 행복한 마음을 열어 주시고 무엇보다 주님을 모른다면 부르시는 음성을 듣게 하여 주소서.

이렇게 기도 하다 보니 그것이 나중에는 저절로 내 자신을 향한 출근 길 기도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며칠 전엔가 발걸음이 가벼워진 것처럼 보이더니 늘 찌푸렸던 얼굴 표정도 부드러워지고 껌을 씹으며 아마도 흥흥 콧노래까지 부르는 것만 같더군요.
난 변화된 모습이 얼마나 기쁜지 잠시 일이 잘 되었나 봐요하고 말이라도 걸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 사람이야 지나가는 차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니 그러면 그 무슨 주책이랴 싶어서…
차림으로 보아 어쩐지 내일부터는 못 볼 것 같은 좋은 예감이 자꾸 듭니다.
더 좋은 일을 찾은 것만 같은.그리고 확인 할 길 없지만 꼭 주님을 만날 것 같은.

그것이 내 작은 기도의 힘인지 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내가 사는 것이 내 기도의 힘이 아니라
어쩌면 나를 위한 누군가의 기도로 내가 살고 있음을 느끼며 그 기도들이 눈물나게 고맙습니다.
내 작은 기도가 누군가에게 힘이 됨을 확신하며
주여, 기도하고 응답 받으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