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를 털며

구석구석 먼지더군요.
며칠을 쓸고 닦아도 계속 나오는 쓰레기, 먼지들.
그러다보니 새 교실이고 뭐고 이사 가는 것이 고맙기는 커녕 귀찮아져서
물릴 수만 있다면 물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몇 달을 끌어 왔던 교실 리모델링으로 일부 동이 완성되어
현대식 시설에서 공부하게 된다는 꿈에 부풀었던 것이 며칠 전이건만.
사물함마다, 책상 속마다, 언제 쌓였는지 모를 수많은 물건들, 먼지들과
버리지도 그냥 둘 수도 없는 것들이 함께 어울려 있으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그럴듯하게 몇 년을 몇 달을 잘도 살아왔습니다.

이게 나로구나, 나였구나.
버렸어도 될 것들. 버려야 했던 것들.
알게 모르게 마음 속에 숨겨둔 다른 사람을 향한 미움,
어느때인가 넉넉한 웃음이 필요 했었는데 도리어 화를 냈었지.
용서의 의미를 안다고 하면서도 분노로 잠못 이룬 날들.
내가 억울 하다고 느낀 순간에 다른 사람은 잘못만 했던 것일까?
먼지 속에서 이런 생각들이 자꾸 피어 올랐습니다.

쓸어도 또 다시 쌓이는 먼지처럼 계속 죄 속에 허둥 댈 내가
예수 이름으로 오늘을 삽니다.
그것도 값없이 단번에 죄 사함 받아서.
귀찮아서 이사 가는 것을 포기하고 싶은 것처럼
때론 불쑥불쑥 옛사람이 찾아들어 옛 길로 가라 옛 길이 쉽다 하여도
돌아서지 않으리 돌아섬 없으리 다짐하면서.
자욱한 먼지 속에서 나를 닦아냅니다.
내 마음 속에 살아계신 예수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