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난 얘기

가끔 철 지난 얘기를 되짚어 보는 것이 즐거울 때가 있습니다.
지난 여름 비내리던 날,
두부가 화려하게 변신한 맛잇는 음식으로 김정미 집사님의 집들이 예배 대접을 받고
우리는 영광의 교회 차에 올랐지요.
그 때까지는 아무 계획도 없었는데 같이 모일 수 있음이 어찌나 고맙던지
그냥 집으로 향하던 발길 아닌 찻길을 돌려 인천을 지나 대부도 바닷길을 달렸습니다.

촉촉히 내리는 비로 길가 가로수들이 생기를 뿜고 있음에 그냥 갈 수 있으리요.
우리는 차 안에서의 노래와 찬양으로 차창에 흐르는 빗줄기마져 정겨웠습니다.
좋은 곳에서 저녁을 먹자고 찾다가 찾아다니다가 아버지의 바다에도 갔었지요.
아버지의 바다라?
요즘은 어머니들도 바다에서 많이 일하시는데…
아버지는 외출하셨는지 안계시고 어머니들만 바다를 지키고 있더군요.
싱싱한 회가 있다고 드시고 가시라 자랑을 하였지만 오면서 나눈 정답고 솔직한 대화들과 찬양,
그리고 맑은 바닷 바람으로 이미 싱싱해진 우리이기에 회 말고 다른 멋진 것을 다시 찾아 나섰습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 멋있는 곳에서의 맛있는 식사? 아니면 그 유명한 바지락 칼국수?

우리-의 대화는
“이 집이 괜찮아요?
아니 더 찾아 보구요.
저 집은요?
조금 더 찾아보구요.”
결국 아무것도 아무곳에도 만족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한 우리는 고스란히 영광의 교회 앞에 다시 돌아와
다같이 웃었습니다.
물론 아쉬웠지요.
그러나 아쉬움 보다 더 크게 남은 것은 어울리는 기쁨이었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에는 얼굴보며 그저 인사 하는 정도였는데
주님 이름 아래 한 솥밥 먹고 산 정으로 이내 어머니 같고 언니같은 훈훈함.
사람 잘 타는 내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느 곳 보다 맛있는 점심과 어느곳에서 보다 따뜻한 사랑이 담긴 주님의 집보다 더 좋은 곳을 찾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겨울이 오면 진짜로 다시 좋은 찻집을 찾아서 만나자 하였지만 글쎄요, 찾을 것 같지가 않네요.
그때도 찾다가 돌아 온다고 하여도 우리는 기쁠 거예요.
멀리 저멀리 가도 돌아와야 하는 곳은 주님 품임을 잘 아는 우리가 아닌가요.
그 날의 우리는 누구 누구였을까요?
처음부터 마지막 까지 계셨던 분은 주님이셨고 나머지 우리는?
모두들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하면서 또 다른 철을 맞이하는 우리는 벌써 한 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