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셨는지 아니?

그 후배를 보면 늘 자신감에 넘치고 당당하여 부러울 정도였습니다.
말하는 것과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표현 할 때는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했지요.
한번은 내가 물어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혹시 그 힘과 정열을 예수께 바칠 의향은 없는지를.
그러나 그 대답도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고교 시절에 교회 나가 보았는데 체질에 안 맞아서 그만 두었노라고.
그 때 반쯤 깨졌던 그에 대한 환상이 이번에 완전히 깨져나갔습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여 처리 할 일이 생겼을 때였습니다.
의견을 다 듣고 드디어 과반수가 넘는 사람이 찬성하여 결론이 날 즈음
그 후배가 활약을 하였습니다.
국가가 어떤 결론을 내 주기 전에는 절대로 승복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여럿이 낸 결론을
무산시키고야 말았습니다.
그의 주장이 옳아서 라기보다는 같은 근무지에서 서로 얼굴 붉히고
마음 상할 것이 염려되는 사람들의 배려라는 것이 더 맞는 상황이었지요.
우리는 양보하여 졌습니다.
우리는 지고도 마음 편하게 잘 결정되기만을 바라뿐이었는데
이긴 그 후배는 나날이 얼굴이 어둡기만 했습니다.
국가가 그 단체가 불법이라고 할 때에는 국가가 낸 결론이라 승복 할 수 없다더니
이젠 국가가 결론의 결론을 기다려야 한다는 스스로의 모순을 깨달았는지 그건 모르겠으나
생각은 많았으리라 추측하면서
난 그저 자신보다 자신이 속한 단체에 도취되어 있는 후배가 안타까웠습니다.
눈인사만 하며 지나치다가 그 반 교실문 틈으로 환하게 밝혀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발견하고 놀라고 말았습니다.
예수에 대하여 아무 생각 없다던 그가 크리스마스 장식이라니?
밉다고 생각되던 그 얼굴이 떠오랐습니다.
어두운 얼굴 뒤의 고민이 어떤 것인지 몰라도 한 번 쯤은 주님을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런 일로 미운 마음이 들었던 나를 반성하였습니다.
아, 너의 체질에 안 맞는 그 예수가 오늘도 너를 기다리고 사랑하시는구나. 다시 생각해 보아라. 그 예수가 왜 오셨는지 아니?
기도가 필요한 사람이 또 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