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치,믿음치

다행히 음치는 아니나 가끔 기계치 현상을 일으키는 내가
오너 드라이버 몇년만에 버스치가 되고 말았습니다.
눈 내리던 날 아침, 출근을 버스로 하려는데 노선을 모르겠더군요.
겨울이라 그런지 냉랭하고 바쁜 얼굴들로 서 있기에 정류장에 세워진 안내판을
탐독하여 6-1이라는 번호를 찾아냈습니다.
버스요금은 지나가는 522번 버스에 '500원’하고 써 있어서 당연히 동전 5개를 손에 쥐고
6-1버스에 오르려다 '700원’이라 씌여진 요금표를 보았습니다.
속으로 놀라긴 했지만 얼른 동전을 넉넉히 준비한 나의 준비성을
대견해하며 타려는데 버스문을 안 열어주며 버스기사가 소리칩니다.
“이 버스 종점으로 가는 거 몰라?”
반말에 놀라고 큰 소리에 당황한 나는 그 날은 버스 타려다 시간을 놓쳐 결국 택시를 탔습니다.
다음날 다시 버스에 도전하여 6-1버스에 확신을 갖고 다만 어제 그 기사가 횡포부렸다 생각하며 또 기다렸지요.
버스가 왔습니다. 이번에 친절해 보이는 여기사님.
헌데 또 문을 열지 않으며 ‘이 버스 종점 가는 거 아시죠?’
합니다.
머쓱하여 돌아설 때 그 정류장에서 나 혼자만 갈팡질팡 하고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른 이들은 머쓱해진 내가 무안할까봐 그런지 역시 눈길 한 번 주지않고,
같은 6-1 버스가 또 오니 미동도 않던 그들이 이번에는 다 그 버스에 오르는 겁니다.
나도 슬슬 따라 오르고.
학교에 겨우 도착하여 툴툴대며 아침의 버스대란 얘기를 했습니다.
후배가 배를 잡고 웃으며 알려주었습니다.
버스가 오는 방향을 잘 보아야 한다며 같은 6-1버스라해도 그 버스가 온 방향이 연수구청 쪽이면
학교오는 거고 롯데마트에서 돌아나왔으면 종점가는거라고.
버스정류장에 있던 고수들은 잘 보고 있었던 거지요, 버스가 오는 방향을.
근데 나는 방향은 알지 못하고 버스만 보았던 겁니다.
‘너만 모른다’ 바로 그 상황.
버스에 앉아서도 남들은 동전 준비없이 카드하나 꺼내어 아니 지갑 채 척척 계산하는 것을
넋 놓고 보기만 했습니다.
그나마 이것이 버스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방향을 잘 보아야 한다!
우리 믿음도 진보하지 않으면, 방향을 모른다면 아마 버스치 보다 더 기막힌 상황이 되겠지요.
미혹케 하는 영들이 많은 이 시대에 믿음의 방향을 모른다면???
날 돕는 구원이 어디서 오는지 모른다면???
버스치는 되더라도 믿음치가 되지 않기를
믿음의 버스를 잘 올라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