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 나의 시편 23편

넘어져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니 그냥 넘어진 채로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 때의 내 심정은 인생에 행복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기쁨도 없고 희망도 없으며 오직 낙망 뿐이라
그것이었지요.

그 날, 화가 나고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갖고 있던 돈 모두를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습니다.
마땅히 갈 곳도 반겨줄 친정이 없던 나는 돈만 내면 반겨주는 사람 많은 백화점으로 향했습니다.
어린 딸을 손에 이끌고서.
아끼지 말고 이깟돈 다 써버리리라' 생각하며 물건을 골라도 신나지 않고 더욱 기분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지금 기억 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딱이 쓸데도 없는 물건들을 들고 지친 심정으로 백화점을 나왔습니다. 버스를 타는게 당연한 그 시절에 서슴없이 택시를 향해 손을 들었고 마침 먹이를 찾던 기사의 눈에 띄인 내가 털석 택시 뒷자리에 앉자마자 급작스럽게 속력을 내어 출발 하는가 싶더니 얼마 못 가 이내 꽝~~~`

그 때 말씀하셨습니다.
기도로 네게 준 선물이다
내게는 선물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선물 희주
혼자 인줄 알고 마구 행동하던 내 곁에 딸이, 겁에 질린 어린 딸이 있다는 것을 의식함과 동시에
딸을 다치지 않게 택시 좌석 사이로 머리를 감싸 넣으며 내 온몸으로 덮었습니다.
기도에 어눌하던 내게서 기도가 마구 터져 나왔습니다.
순간의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깨닫게 하심이 감사합니다. 회개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다만 모두 네게로 돌리소서. 네게로 돌리소서......
그러면서 그때까지 외워 본 적이 없는 이런 구절이 입에서 나오는 겁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소리지르며 기도를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택시 밖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충격으로 머리가 돌아버린 것으로 알았던지
아줌마 아줌마 부르며 주소나 전화 번호 기억 나느냐며 웅성 거리고 있었지요.
우리 애기 좌석 밑에 있어요.
전화번호를 다 불러주고 정신을 잃었던지 깨어보니 병원 응급실인지 어딘지에서 열심히 촬영을 당하고 있는 내 눈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할머니 손을 잡고 걱정스럽게 엄마를 바라보는 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어 볼 것도 없이 희주에게는 아무 일도 아무런 상처도 없었습니다!
의사가 그랬다더군요.
아무리 검사하고 살펴봐도 애기는 하나도 다친 곳이 없는게 참 이상하다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내 안에서는 계속 같은 구절이 입에서 맴 돌았습니다.
그때는 겨울 방학이었는데 마침 우리 집에 전화를 했다가 소식을 듣고 동료 선생님들이 왔습니다.
이틀 전에 모여서 같이 얘기를 나누던 선배들이었습니다.
우리 모인 날 선생님이 교통사고에도 주님의 뜻이 있나보다고 얘기 하더니 혹시 이거 주님 뜻 아냐?
그랬습니다.
전 날까지도 하나님을 찾던 내가 이렇게 절망에 넘어지다니요?
그 모임은 신우회는 아니었지만 모이다 보니 모두 주님을 믿는 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대화는 자연히 믿음과 은혜에 대한 것이 대부분 이어서 그 날 나는 정연희 작 여섯째날 오후라는 책을 읽고
그렇게 감상을 말했다는 겁니다.
창피하긴 했지만 사고 와중에 기도한 얘기, 그리고 자꾸 맴도는 구절 얘기를 했습니다.
아 그거 시편 23편이잖아. 마침 우리가 그 성구 카드를 준비해 왔는데.
이제 고백 하지만 난 그때까지 한번도 성경을 구약까지 다 읽은 적이 없었고 그 유명한 시편 23편을
주일 학교 때 노래로 배운 부분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네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나로 하여금 푸른 풀밭에 눕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여 주시네가 다 인줄 알았던 겁니다 부끄럽게도.

이 후 병원 침대는 잔잔한 시내가 되고 마음에는 주님이 주시는 사랑으로
내 잔이 넘쳤습니다.
후두 신경통 이라는 것을 얻긴 했지만 그것보다 함께 하심을 얻은 것이 더 기뻤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날 지키시는 주님이 함께 하신다는 믿음.
보잘것 없는 나를 지켜주신다는 기쁨.
그것이 세상 끝날까지 변함 없으리라는 확신.

이런 것으로 내세울 것 없는 내가 삽니다.

그러고 보니 난 참 가진 것이 많더군요.
믿음 주고 가신 부모님, 주변의 많은 믿음의 형제들. 사랑하는 가족들.
하나님의 확실한 선물 하나도 아닌 둘.
무엇보다 때로 넘어져도 그것은 머리가 나쁨이지 주님을 향한 마음은 아님을 아시며 나의 내면을 주장하시는 나의 주님.

내가 부끄럽게 시편 23편 말씀을 받았지만
14년전의 나보다 지금은 더욱 주님께 가까이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난 다시 살아나고
잔잔한 시냇가로 인도되며 내 잔은 늘 넘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