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메일

e메일의 매력에 끌리면서 우표없이 보내지고 받는 편지의 재미가 쏠쏠 하였습니다.
주소치고 날리면 그 자리에서 정상적으로 처리 되었습니다하고 응답까지 하여
아무렴, 아무렴하며 참으로 좋은 세상 임을 온통 느끼고도 남았습니다.
따끈한 차와 커피없는 카페지만 그 안에서 초등학교 동창이며 내가 근무한 학교에 이르기까지
앉아서도 구만리를 보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매일 매일 실감했습니다.
몇 안되는 낯 익은 이름들 사이로 어느덧 생소한 이름들이 끼이기 시작하고 그 수가 늘면서
일일이 지우기가 어려워지더군요.
유명 하지도 않은, 생면 부지의 나에게 보내지는 소리없는 침입들에 불쾌하고 당황해 하는 사이에
그 수를 감당 못 할 만큼 되어서야 스팸 메일 방지 시스템을 작동하였습니다.
그래도 그 수는 어찌 그리도 많은 지.
국산 메일 아닌 것에는 검은 지 흰지 모르는 John과 Mary 그리고 Jenny까지 등장하여 놀자 합니다.
원하지도 않은 것들의 침입!
스팸 메일.
엊 저녁 나는 남편과 끙끙대며 동생에게서 받아 온 장식장 등을 다시 정리 하였습니다.
이사 온 후 10 여년 이상을 그냥 있던 것이긴 하지만 어디 한데 고장 난 곳 없던 그것들을 단지 좀 더 분위기를 바꿔 본다고 용을 쓰며 옮기고야 말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깨까지 들쑤시고 온 몸이 뻐근 합니다.
그러나 그것들도 머지 않아 다시 버려 질 것이 뻔히 알면서 그 미련을 떤 겁니다.
버려야 할 것을 알면서도 반복되는 일들.
어찌보면 우리의 생활 자체가 버려도 계속 정리 안되는 스팸 메일속에 사는 것만 같습니다.
어떤 것은 그 위력이 대단하여 잘 갖고 있던 것까지 파괴 한다니
우리를 야금 야금 좀 먹는 사탄과 출신이 같다고 할까요?

매일 새로워 지려해도 알면서 못하고 유혹에 넘어져 저질러 지는 숱한 실수들.
숱한 이름들 속에서 다시 낯 익은 이름을 골라 내듯
오늘도 내 실수를 주 앞에 내어 놓으며 바로 잡아 봅니다.
마땅히 우리가 받아야 할 주소는 하나님 나라 뿐.
당신의 생활속에 스팸 메일은 얼마나 끼여 있습니까?
주 이름만 남기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