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많은 것

3월을 다 보내고 이제 안도의 숨을 쉬어 봅니다.
우리반 자폐아동 훈이 얘기입니다.

처음 2주 동안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습니다.
며칠 도와 주시던 보조 선생님도 가시고
아직도 서로가 교감은 커녕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훈이와 부데끼며 거듭 거듭 참패와 낙망으로
매일 매일 오늘도 실패로구나 하는 심정 이었습니다.
준비는 없었고 마음만 앞섰던 나의 객기에 불과 하다는 생각은 나를 진땀나고 더욱 우울하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훈이가 몰라주는 마음을 주님만은 아실 거란 생각만 의지가 되었숩니다.
혼자가 아니라 하셨습니다.
분명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데 혼자가 아니라니요?
그 때 우리반 36명의 아이들이 내 눈에 커다랗게 들어왔습니다.
다시 한번 그 아이들에게 내 진심을 말했습니다.
그 때까지 훈이와 성생님과의 싸움 정도로 알고 멀찍이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훈이 앞에 모였습니다.
같이 손 잡고 이동 수업을 가고
흐트러진 책상에 준비물을 정리해 주고
급식 시간이면 친구의 맛있는 것만 생각없이 집어가는 훈이를 웃으며 참아줄 줄 아는 아이들.
소리 지르는 것에도 익숙하여 좀 횟수가 크고 잦은 날에는 오늘은 기분이 좀 안좋은가 보구나 하고 이해합니다.
시킨 것도 아닌데 쉬는 시간이면 가만히 앉는 것을 불편해 하는 훈이와 산책도 같이 해 줍니다.
눈도 맞추어 인사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훈이는 특별한 아이가 아니라 우리반 아이였던 것입니다.
자기 색연필을 훈이가 가져다 부러뜨렸다고 따지는 아이도 차라리 고맙게만 여겨집니다.
아이들이 훈이를 특별하게 생각 안하고 일대일로 생각하는 것이 참 다행한 일입니다.
어쩌면 그것을 통해 무조건 받아주기만 하지 않는 사회를 훈이가 배울 거라 믿습니다.
그런 어려움 속에 무조건 버려 두실 하나님이 결코 아니란 것을 새록 새록 느낍니다.
세상이 메말라간다 하나 아직도 세상에 많은 것은 사랑이 아닌가 합니다.
거기에 주님이 함께 하실 것이므로 그 속에서 우리가 삽니다.
내가 살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