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스승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여고 졸업한 지 거의 삼십년이 다 되어가는데 무슨 동창회냐 싶어
고등학교 동창회 홈페이지에 한번 가 보라는 선배의 권유에 계속 시큰둥했습니다.
한가한 오후,
돈 안 들고 앉아서가니 어쩌랴 하며 들어 가 보았습니다.
아무개 등장이다 써 놓고 한 시간이나 되었을까
와 , 조회수가 80을 넘더니 리플이 열을 넘었습니다.
그 나이들에도 불구하고
다소는 생소한 사이버 공간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보는 거겠지요.
마치 KBS의 잃어버린 30년 처럼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글을 보고 얼마나 기쁘던지.
한 친구의 리플은 나를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나의 중2 때 스승 이셨던 김 병식 선생님은 잘 계시냐
자신의 친정 어머니는 며칠째 의식이 없다며 한 없이 슬픈 마음이라 하였습니다.
하긴 친정 아버지가 돌아 가신 지 며칠 후에 한 분이 찾아오셨더랍니다.
김병식 선생님 생각이 간절히 나서 물어 물어 찾아 왔노라 하던 그 분에게
우리 어머닌 그 때 어떻게 전해 주었을까나
이미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구.
나도 슬픔을 누르며 답글을 달았습니다.
너의 중2때 담임 김 병식 선생님 가신 지 10년도 더 넘었구, 우리 친정 어머니도 너희 어머니처럼 몇 년을 말없이 지내시다 가셨단다.
친구야 !
우리 나인 그런 나이다.
가시는 분들을 따뜻하게
그러나 차마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안으로 새기며 슬픔도 견디며 보낼 줄 아는
그런 나이가 된거다.`

그런데 내 마음에 딱 이 분이다 하고 떠 오르는 스승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내 직업이 교사임에도.
그 동창들은 몇 몇의 은사들을 생각해 내고 찾아 뵙고 있었건만.
그러나 의지 할 부모님도 모두 돌아 가신 지금
오직 한 분이면 난 부러울 것 없습니다.
더 이상 슬퍼하지도 않으렵니다.
믿음의 스승 주님 한 분으로 난 세상을 견디며 살아 갈 거니까요.
그 한 분으로 충분하니까.
멀고 먼 길이지만 그 분을 닮아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