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이 자유라?

혼잡한 버스 안이었습니다.
아까부터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들이 얘기를 하고, 아니 차라리 떠들고 있었습니다.
듣고 싶지 않아도 워낙 크게 떠들어 대는데 그 내용이 이런 표현 좀 뭣하긴 해도 어쩌면 꼭
지들 외양을 닮았던지.
그러더니 ‘야, 착각은 자유 아니냐.’ 하면서 약에 쓸래야 쓸 것도 없는 말을 해댑니다.
버스가 제집 안방 인 냥 착각하며 떠드는 것이 무슨 착각인들 못하랴 싶더군요.

십여 년 전, 차도 없고 다니는 버스도 흔치 않은 시절에 아주 급한 일이 있어 계산동에서 부평 현대 아파트까지 가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버스 시간도 일정치 않고 변두리이다 보니 택시도 잘 지나지 않는데 이웃 학교 양호 선생님도 발을 동동 구르며 같이 목을 빼고 차가 지나가기만 기다렸습니다.
그 때 한 택시가 와서 섰고 우리 둘이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올라탔습니다.
‘아저씨, 빨리 좀 가주세요’하며 성화를 하는데 동아 아파트까지 와서는 ‘우리는 여기서 내려야 하는데요’ 하는 겁니다.
해서 ‘조금만 더 가면 되는 데 뭘 그러세요’ 하고 계속 가자고 하다가 이 아저씨가 그만 앞차를 박고 말았습니다.
난감해 하며 할 수 없이 거기까지 온 요금을 물고 내리려는데 이상하게 기사와 그 양호 선생님 둘이 됐다고 합니다. 됐다고 하면 대부분은 안 된 경우가 많은지라 이상하게 생각되어 문을 닫으며 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그것은 영업용 택시가 아니라 그 선생님 집 차였고 그 기사는 남편이었습니다.
내가 마음이 급하여 그 차를 택시로 착각 하였던 것입니다.
정신이 버쩍나니 어찌나 창피하고 부끄럽던지 한 동안 그 일을 생각하면 등에서 식은 땀이 줄줄 …
대책없고 기막힌 착각의 끝은 참 암담했습니다.

갈멜산 기도원에 갔었습니다.
그 날 한여름 폭염보다 더 뜨거운 성령으로 내가 받은 말씀은 착각하지 말자였습니다.
주여 주여 입으로 부른다고 다 천국 갈 거라는 착각
그게 바로 제 집 안방인지 버스를 탔는지
아니면 자가용인지 영업용 택시인지 분간 못하고 타는 것과 뭐 그리 다를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외모를 착각하면 약도 없다는 공주병 왕자병이 된다는데 하물며 믿음에서야 대충 믿어도 천국 시민이라는 착각은 약은 커녕 외식하는 자로 추락 할 것입니다.
머리 속부터 가슴 속까지, 숨 쉬고 잠자고 먹을 때에도 온통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고만 싶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착각은 자유가 아니라 착각 그 이후에는 망신, 망발 그리고 그 다음은…
주께서 말씀 하셨습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자유는 착각이 아니라 오직 주의 진리 안에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