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을 잡고

다열(多熱)도 병 인양 하여 잠 못 들어 하던 밤도 며칠 전 하루 밤새 내린 비에 꼬리내리며 슬슬 사라지려 합니다.
지치지 않을 것처럼 맴맴거리며 오밤중에도 방충망에 붙어서 맴맴거리던 소리가
이제는 귀뚤귀뚤 소리로 바뀌고 있습니다.
켜 놓기만 하면 남극 북극을 죄 만들어 줄 것 같던 에어컨이라지만
버튼 하나만 눌러도 이내 안면 바꾸고 열기를 더 내뿜는 가증스런 냉기가 싫기만 하였습니다.
진짜 더위보다도 오늘은 30도를 더 넘을 거라는 숫자에 질려 더 덥게 느껴졌던 것은 아닌었던가 생각해 봅니다
며칠 연하여 장맛비가 내리면 금방 언제 그칠거냐고 불평을 해대고
비가 그치고 해가 뜨겁자 이내 폭염에 지친다고들 아우성들이었습니다.
듣다 보다 못한 주께서 한 줌 비를 뿌리시니 맹위를 떨치던 폭염도 퍼붓던 비도 이제 올 여름 추억거리가 되나 봅니다.
‘비’하면 10대는 가수를 떠올리고 30대는 빨래를 생각한다지만 믿는 우리는 은혜의 비로 감사를 떠올려야 하지 않을까요?
태풍 거느리고 오는 비조차도 바닷물을 뒤집어 순화 시키는 더 없는 기회라 하니
주께서 다스리시는 그 위대함은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추운 겨울 뒤에 따뜻한 햇살의 봄, 다시 뜨거운 태양으로 온갖 식물을 익히시고
가을에는 어김없이 풍성함으로 채워 주셨습니다.
조금도 어긋남 없이 다스리시건만 늘 순리를 잊어버리고
며칠의 더위에도 조바심으로 안절부절 콩닥거리는 인간들을 보시고
뭐라 하셨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위야 와봐라, 비야 내려봐라 하고 좀더 의연 할 걸 그랬습니다.
좀더 폼나게 더위 앞에 설 걸 그랬습니다.
헌데 가장 완전한 진리를 믿는다면서 눈 앞의 불편에는 왜 그리 내가 앞서는지요.
올 여름 온갖 도로가 주차장이 되도록 더위를 탈출 하러 떠났다지만 애초에
그럴 계획을 세우지 않았더니 오히려 나는 마음이 더 편안하기만 하였습니다.
어차피 인간의 힘으로 1도도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 할 것이라면
더위 뒤에는 바람도 주시려니 하고 넉넉히 느긋하게 기다리는 거,
믿음이란 그런 게 아닐까요?
여름 수련회가 은혜 가운데 잘 끝났다고 참석한 성도들 모두 기뻐 할 때에
여차저차한 사정때문에 불참한 죄(?)로 미안한 마음에 숨죽이고 있었으면서도
주여, 제가 기도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수련회 보나 마나 은혜로 잘 끝날거라고 등 뒤에서 제가 기도 드리지 않았냐고
감히 주님께 반문 할 때에
자비하신 웃음으로 ‘아무렴’ 하시는 그 응답이 들려옴이 제게는 이 여름을 보내는
기쁨입니다.
한 줌 한 줌 불어오는 시원함이 오늘도 베풀어 주시는 믿음으로 자랍니다.
내 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