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찾기

아침 8시가 넘어 지각할 것 같아 급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른 아침에도 파란 불만 켜 주셨는데 설마 하며 나서는 순간
내 차 머리가 주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좌회전을 합니다.
아니 이 무슨
김유신의 말도 아닌 것이 아까 아침에 갔던 길을 그리 기억도 잘하는지
말 머리처럼 베어 내지도 못하고 늦었다 하며 가는 수 밖에.
그런데 오늘 따라 불쑥 불쑥 튀어 나오는 사람에, 자동차에 참 이상 합니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5시 15분전
주여, 오늘은 그냥 잘까합니다 하다가 어젯밤 회식 끝나고 학교에 다시 가서 차 끌고 온 것이 아까워
정신이 퍼뜩 드니 모터 단 기계가 따로 없었습니다.
파란 불만 켜 주소서
이 기도를 잘만 들어 주셨는데 이번에는 어찜이신지요.
들어 주실때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던 마음이 금방 사라지고 야속함이 그지 없습니다.
급하다니까요를 속으로 외치며 가는데
아니 럴 수 럴 수 이럴수가 입니다.
불괴 한 달 전에 왔던 그 길은 어디가고 하루 아침에 지은 듯 못보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평소에 대책없이 그저 답답하게만 느끼던 돌담들이 오간데 없네요.
게다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큰길이 훤하게 뚫려 있습니다.
새로 난 그 길은 이제껏 돌아 다니던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운 지름길이 되겠지요.
내가 모르고 무심한 가운데 달라진 상황들.
새로난 길, 새 건물, 새로움. 새로워짐. 새로워 지는 나.
머리에서 갑자기 뿌연 안개같은 것이 사라지며 시야가 맑게 집니다.
갑자기 내가 간구하는 기도 제목들이 떠오르며 내가 너무 나의 것만 구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고백하건데 나는 먼저 그 모든 것을 구하려 애쓰고 그 다음은 알아서 구하시라 였던것만 같습니다.
그리고는 신들메를 풀기도 감당치 못할 예수 그리스도께 내게 맞추시라 억지를 부렸습니다.
개학 첫 날 내가 찾은 길은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주께서 감찰하시는 길, 새로워 지는 길이었습니다.
건망증 심하여 분초 마다 무너지는 믿음 일지라도
주여, 진정 구해보겠습니다.
먼저 주의 나라와 주의 의를 나도 구해 보겠습니다.

이 날 내가 늦었겠습니까?
급하십니까?
가끔은 돌아가 보세요.
어쩌면 꼭 그 길만이 바른 길을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