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같은 평화

전화를 받고 머리는 했습니다.
병원으로 달려가며 내가 구할 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보호자도 아직 안오고
가해자가 되버려 경황이 없는 선배교사,
그래도 반갑다고 안도하며 담임인 나를 보고서 눈물을 흐리는 아이에게
“내가 기도한단다”
핏기 잃은 낯빛과 떨리는 마음은 피해자, 가해자가 없이 모두 위로의 대상.
첫번에 내가 할 일은 둘 사이를 오가며 위로의 말을 하는 일.
울고 있는 부모님.
“제가 기도하고 있어요”
중환자실.
내가 수없이 울고 울었던 그 단어 앞에서 또 눈물 삼켰습니다.
“주여, 사람의 힘으로 멈출 수 없다는 저 아이 가슴에 흐르는 출혈을 멈추어 주소서.”
집에 돌아와 기도 요청을 게시판에 아니 주님 앞에 올리고 언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럴때 쓰라고 연습한거지. 잘 될 겁니다.”

이상하게도 잘 잤습니다.
눈을 뜨니 다시 병원의 광경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마음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이래도 되나 하며 들어선 새벽 교회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분명히 들었습니다.
‘평안하여라’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 데서 맑은 가락이 울려나네…
그랬습니다.
내게 주신 것은 요동치 않는 믿음과 기도의 끈. 그리고 강 같은 평화, 평화, 평화.
그 아이가 전화로 확인하지 않아도 나처럼 잘 잤음을 느꼈습니다.

다시 집에 돌아 왔는데 아직 어두운 새벽을 요란하게 두드리는 전화 소리.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문이 잠기는 바람에 들어가지 못하신 시어머니의 구조요청 전화였습니다.
여벌 열쇠를 갖고 6시에 희주아빠가 집을 나섰습니다.
그렇군요.
주님, 혹시 천국이 내 집이라 해도 그 천국에 가는 열쇠 없으면 못간다는 것을 알려 주시려고요?
나는 또다시 일깨워 주시는 가르침에 기뻐서 혼자 실컷 웃었습니다.

출근하니 예서 제서 감사의 말들이 뜹니다.
그 상황에서 내가 위로자가 될 수 있었다니.
나도 감사합니다.
오후에 역시 예상대로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부모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 시간,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기도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간.
그리고 합심하여 올린 모든 이들의 기도의 응답.
난 기도의 끈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내게 흐릅니다. 주님 주신 강 같은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