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남들 다 써버린줄 알았던
가을의 기도가
아직도 내게 남아
두 손 모으게 합니다.

무성하게 자라
튼실 할 줄 알았던 나무엔
미움이 걸리고
원망에 긁혀
차마 바로 보지 못하는 눈이 시립니다.

이 계절이 오기 전
더 일찍 버려야 했습니다.
더 일찍 고난의 상자를 열었어야 했습니다.
받지 못한 사랑보다
줄 수 있는 사랑을 구해야 했습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이
그 길이 아니었음을 아픔으로 깨닫습니다.

내밀기에 거칠었던 손길과
날 섰던 언어들을
고스란히 불러모아 태워버립니다.

그 자리에
차곡차곡 말씀으로 채우고
통곡처럼 울리는 기도를 쌓아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주 계신 천국에 닿아보겠습니다.
보혈의 그 손길을 잡아 보겠습니다.
주마고 허락하신
약속의 열매들을
한아름 거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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