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유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듣기만 해도 참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한 지가 벌써 삼십년이 돼옵니다.
이 말은 대부분 우리나라 남정네들에게 해당이 된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고2 때 다들 한가위라고 들뜰 즈음에 나는 혼자 일을 앞에 두고 힘겨워하는 엄마를 발견하였습니다.
전 부치랴, 송편 빚으랴 바쁜 엄마를 모른 척 할 수 없어
나는 두 팔 걷어 부치고 송편 두되를 다 빚어내고야 말았습니다.
그때의 실력이 오늘날도 살아 있음은 물론이고 예쁘게 송편 빚은 실력 어디갑니까?
우리 딸이 그래서 그렇게 예쁘지 하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고3딸을 둔 덕분에 하루를 탕감 받았지만 제사 문제가 언제 풀릴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영 편치가 않는 겁니다.
난 음식에 마음 없고 더군다나 엎드려 절하는 것은 생각도 안하지만
상 차리는 준비를 해야 하니 참 갈등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때는 사마리아와 땅 끝이 먼 곳이 아니라 바로 코 앞임을 깨닫습니다.
나는 이렇게 자유 할 수 있으나 아직도 그 의식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 시댁 가족들로 마음 한 쪽이 늘 허전합니다.
어느 때까지가 될까를 답답하게 생각하며 내 기도의 응답을 구합니다.

동생이 추석 선물로 같은 노래를 취향에 맞게 골라 들으라고
무려 9가지나 우리 형제 까페에 올려 주었습니다.
‘He knows my name.’
커다란 위로였습니다.
내가 하려고 하려고 안간힘을 써도 안되는 일들,
잘 다스려지지 않는 마음의 감정들,
끝모르는 무수한 기도의 응답들을
오늘도 예수 그리스도 이름 아래에 하나하나 내려 놓았습니다.
주가 나를 앎으로 그가 나를 부르심으로 난 다시 자유합니다.
내 짐이 가벼워집니다.
주가 나를 아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