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추수감사절이 다가옵니다.
여름의 태풍 , 홍수를 견뎌낸 들녁은 올해도 넉넉했습니다.
거두어 들인다는 것은 가을에만 해당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넉넉한 마음과 웃음들이 희망을 거두어들이고
변치 않는 사랑과 믿음은 천국의 열매들을 거둘 수 있고…
인내의 시간이 지나면 바라던 결실을 보듯.
그 중에 하나
겨울 바람이 아직도 묻어나던 2월 어느날,
동네 초등학교 마당에 산책을 나갔다가 그 속에서 선명하게 초록 빛을 발하고 있는 식물들을 보았습니다.
보리였습니다.
고귀하다고 알아주는 인동초도 아닌
별 관심없는 보리가 그 속에서 겨울을 나며
아직도 웅크리고 있던 많은 나무와 식물을 깨우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흙도 아니고 멋없는 벌건 자주색나는 인조 고무화분에서.
보리가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어느 것 보다 먼저 나오다는 것을 보며 혼자 감격에 겨웠습니다.
그것은 곡식이 아닌 많은 고난을 이겨낸 승리의 결과가 분명합니다.

그리고 올 가을 다시 나는 그 멋없는 화분들에 보리가 뿌려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추수가 다 끝나고 이제 더 이상 수확 할 것이 없다고 알고 있던 나는
그것을 보니 보리에게 경의까지 표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아무도 거들떠도 안 볼 긴 겨울을 보리는 또 견뎌내겠지요.
눈도 맞고, 비 바람에 언 땅 속에서도 아마 꿋꿋하겠지요.
견뎌내기만 한다면,
견뎌 낼 수만 있다면
결실을 맺는 시기가 꼭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매일 매일 드리는 기도가, 신앙의 발걸음들이 자라 마침내
하늘 문을 두드릴 때 잘 했다 칭찬 받을 그 시간을 바랍니다.
언 땅에서도 견딜 인내의 시간을 생각하며.
모든 것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며.
기억해야지요.
믿음은 고난을 견디는 그 속에서 자란다는 것을.
어두움 가운데, 고난 중에 있다면
그 속에서 역사 하시는 하나님을 감사하는 믿음으로 만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