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화위지(橘化爲枳)

어떤 일이건 시간이 지나면 다 옛것이 되고 만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사는 요즘입니다.
수능도, 집안의 여러 행사도 며칠 지나니 몇 달 전의 일인 것만 같이 아련해지고
또다른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늘 이런 것을.

톨스토이는 늘 세가지 질문을 가슴에 담고 살았다네요.

첫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둘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셋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무엇인가?

그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바로 지금 이 시간.

나는 매순간마다 역사하시는 주님을 만나지 못하고 살때가 허다합니다.
내가 톨스토이가 아니라서 모르는 것일까요?
그러나 우리에게 주신 것은 일부분이 아닌 전체를 주셨음을 잊는 것에 익숙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같이 퇴근하던 동료교사가 갑자기
"에구나, 그동안 잘못 기도로 아뢰서 어쩔거나’합니다.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들을 위해 인근 학교로 가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보니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중학교가 더 좋다고 한답니다.
“그거 모르셨을까요? 이미 다 아셨을 거예요”
우리는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것.
내가 염려하기 전에 이미 가장 좋은 것으로 예비하신다는 믿음입니다.
더러는 곧지 못한 발자국을 내고
더러는 실망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지라도 결국은 그 길이 뜻하신 가장 좋은 것임을 깨닫게 되고야 맙니다.
주어진 환경이 변하면 귤이 탱자가 된다지요.
그러나 믿는 우리에게는 어떤 환경도 고난도 은혜에 이르는 길을 막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귤나무에서는 여전히 귤을 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