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먼 길

토요일 저녁 겨울비는 추적추적 내렸지만 아이들과 약속때문에 저녁을 먹으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 다음 스케줄은 캐롤과 메시아라는 성가 공연을 보는 것이었구요.
예술회관 주차장에 들어서니 예전에 보지 못한 주차 요원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손에는 예쁜 주차안내봉까지 들고서 안내를 합니다.
요즘 많이 달라졌네 하며 주차를 하고 내려서니 그 안내하던 아주머니께서
주차봉을 내밀며 5000원에 2개니까 사라고 합니다.
웬 주차봉을 하며 보니 주차안내봉이 아니라 공연장에서 휘두르는 오색라이트였습니다.
이승철 공연 가시려면 사랍니다.
웬 이승철?
희수는 이승철이 누구야 합니다.
우리는 거기 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정중하게 주차에 도움을 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공연이 시작 되었습니다.
그동안 교회 특송만 들은 것으로도 듣는 수준이 높아진 나는 처음에는
영 부르는 합창단의 실력만 귀에 들려 은혜롭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차차 그들이 준비한 시간과 그것이 다름 아니고 오직 주께로 향한 찬양임을 이해하니
예배드리는 심정으로 경청을 하였습니다.
소박한 소공연이었지만 마음만은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며 영광 돌리는 그 시간
저 위 대공연장의 광경이 그려졌습니다.
안 들어도 오디오, 안봐도 비디오라 그런 말이 맞지 않을까요?
게다가 찬란한 오색 등불이 환호와 함께 춤을 추겠지요.
같은 시간이라도 주와 함께 할 것인가, 세상에서 줄거울 것인가
우리가 사는 모습이 늘 그럴 것입니다.
공연을 잘보고 돌아 왔습니다.
나와 우리 아이들 아무도 그 친절이 주차봉을 팔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안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어찌 이 험한 세상을 그 눈치도 못채고 살 것인가 하니 한편으로는 아직도 간직한 순진함에 한숨이 나옵니다.
늦은 밤이라 확인을 못했는데 주일 아침에 교회 가려고 보니
차 앞에 단단한 것으로 긁어 파란색으로 그어 놓은 것이 눈에 띄였습니다.
난 이번에는 단숨에 알아차리고 말았습니다.
주차봉을 팔려다 거절당한 그 친절한 아주머니의 선물인것을.
아무리 고맙다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어도 그 아주머니에게 필요한 것은 5000원이었던 것을 모른
나에게 주는 응징!
세상의 친절을 아직도 계산해 내지 못하는 나,
찬양을 실력으로 들으려 한 나,
아직도 멀었습니다.
그러나 주여 어찌 세상을 눈치로만 살겠습니까?
복잡한 계산 못해도 그냥 주님으로만 살렵니다.
내 순진한 자녀들도 주께 맡깁니다.
차에 긁힌 자욱은 지워지겠지만 그 자욱은 또 한번의 깨달음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