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갇히면

새벽이라고 해서 특별히 사람들이 여유있게 살지는 못하더군요.
이미 뭔지 모르는 것에 떠밀려 사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빨간 불이나 녹색 불이나 새벽에는 기능이 같은 차들이 많습니다.
오늘도 빨간 불임에도 뒤에서 어서 가라고 번쩍번쩍 비추는 차를 보며 몹시 기분 상했습니다.
옆 선으로 가면 되지 왜 잘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방해하냐고 열 받았지요.
바로 그 열 받는 순간, 연초의 당당하던 계획은 여지없이 다음 해로 넘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좀 더 넓게 살자고 마음 먹었던 것을 지난 다음 꼭 기억해내는 이 습관적인 망각증!
내가 바르다고, 나만 옳다고 여기면 그것이 바로 다른 사람에겐 상처로 남게 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반 자폐아동을 보며 깨달은 것 중 하나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 아이는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서 도무지 자신의 행동을 알지 못하는데 나는 그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몇 번씩 상처받고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나 뿐 아니라 우리 반 아이들 여럿은 손에 팔에 그 아이에게 물리고 할퀴인 자국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이었습니다.
나만의 세계에 갇히니 타인들이 상처를 받는다는 것.
내가 상처가 나고 피가 나도 참고 참는다면 남들은 아무렇지도 심지어 행복 할 수도 있다는 것.

저 사람은 생전 인사를 받기만 하지 할 줄을 모른다고 혼자 괘씸해 하며 난 얼마나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었던지요.
그깢 작은 일에.
오는 세월을 막자 했더니 지름 길로 오더라는 누군가의 시처럼
꼭 뭘 좀 해 볼라치면 사단은 그 어딘가의 틈새를 용케도 찾아 시야를 좁히고 마음을 또 다구칩니다.
그러다 진짜 자기 안에 갇혀 버리면 도무지 타인은 생각할 겨를이 없어지고
그 안에서 원망과 미움이 가지를 칩니다.
이 모든 것을 버리라 하신 주님을 생각합니다.
낮아지고 낮아지라 하신 주님의 말씀이 찬 바람 결에도 뜨겁게 묻어 옵니다.
아직 구하지 못한 것들 많아서,
얼마 남지 않은 올해라는 시간이 아까워서 말씀 찾아나선 이른 아침
교회 높은 탑 위의 찬란한 빛들과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을 바라볼 때
그래도 너를 사랑 한다 하시는 말씀 같아서
그리하여 내가 이 땅에 왔노라 하는 말씀 같아서
나는 오랫동안 눈에 서리는 물기를 느끼며 그 빛을 바라보았습니다.
이 작은 교회 높은 탑위의 아름다운 별들이 빛을 내고
성전의 꽃들이 주님 오신 기쁨을 알리는
올 마지막 12월은 그래서 추워도 따뜻합니다.

내 안에 정말 정말 가두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