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 그리고 반전

한장 남은 달력에 마음 조급해지더니 이젠 그 한장이 한줄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 빼고 열흘.
평소에 열흘 연휴라 하면 얼마나 복 터지는 날인가요?
그러나 일 년중 열흘이 남았다는 것은 절박감 마져 듭니다.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이루었는가?
그래서 지금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돌아다 보면 소금 기둥 될 것 같기만 한데 그래도 반추하는 소처럼 지난 일을 되짚어 봅니다.
주님께 다 내려놓겠다 하고선 내게 필요한 것은 꽉 쥐고 놓지 않은 내가 이내 떠오릅니다.
양처럼 고분 고분 해지자 맘 먹었는데,
누가 뭐라해도 그저 하자 했건만
아, 나는 왜 그리 아는 것이 많은지, 따질 것이 많았는지, 내 안에 아직도 못 한 말이 남아서
선뜻 그 한 글자 를 못했는지,
그러면서 때론 똑 부러지게 내 의사를 표현 한 것에 우쭐하기까지 했었는지…
그러나 자꾸자꾸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는 후회.
그 똑 부러지는 지적에 놀라 경끼(?)할 사람을 헤아리질 못했습니다.
똑 부러질 답은 수학 계산에서나 필요한 거였습니다.
사람에게는 좀 미끄럽지는 못해도 어눌하고 다정한 한마디가 힘이 된다는 것을.
때론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면 정확한 수학적 계산마져 유보 해도 된다는 것을.
무심한 한 마디가 가속이 붙어서 예리하게 날선 검도 된다는 것을…
울어도 다 못할 후회를 하며 내 마흔 여섯번째 해를 보냅니다.

방학이 얼마 안 남았다고 들떠 있으나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후회를 돌돌 말아 버리며 크리스마스를 전합니다.
--------그리하여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셨단다. 나를 위해, 너희를 위해 우리 모두를 위해

예비해 주신 반전입니다.

  • 우리는 뒤로 물러가 침륜에 빠질 자가 아니요 오직 영혼을 구원함에 이르는 믿음을 가진 자니라 -
    거친 어둠의 후회를 밀어내며 다시 일어섭니다.
    눈을 감고 묵상 가운데 복된 그 곳 베들레헴에서 구주를 영접합니다.
    구주가 오셨다니까요. 기쁘게 기쁘게 !!!
    틀림없는 MERRY CHRISTM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