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영원히

1년동안 생활하며 부대낀 자폐아 채훈이가 학년이 바뀔 때 내심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그 금속성의 소리며 이유 모를 울음 그리고 방심의 허를 찌르던 공격 등…
솔직히 해가 바뀌는 게 다행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력의 결실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그간의 내 노력과 마음이 얼마나 통했을까 하는 것을 생각 할 때는 답답하였습니다.

요즈음 영화 '말아톤’이 관객 몇 백만을 동원 했다는데 나는 못 보았습니다…
안보려고 작정했을 지도 모릅니다.
내가 아는 한 채훈이에게는 그런 날이 너무 까마득한 날인 것 같아서,
너무 영화 같은 얘기라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복도에서 오랫만에 만난 채훈이가 내가 악수를 하려고 하자
손을 내밀며 꼬옥 내 손을 쥐어 잡아주었습니다.
악수 하나에 난 가슴이 차올라 눈물 괴는 눈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채훈이는 환하게 웃고 날 기억하는 그 웃음으로 난 그저 감사했습니다.

복도에서 도우미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채훈이의 근황을 물어보니 아직은 새학년에 적응 못한 것 같다며
요전날에는 순식간에 교실에서 사라져서 부랴부랴 찾아 나섰더랍니다.
눈깜빡 할 새 사라지는 그 아이들의 날랜 행동을 알기에 걱정을 하며 나서니
마침 운동장에 있던 작년 같은 반 아이들이 채훈이를 붙잡아 다독이며 놀아주고 있더랍니다.
바로 채훈이와 같이 했던 우리 반 아이들.
때론 교실이 뒤집어지는 난리와 이유도 모른 체 수없이 물어 뜯기고
할퀴임을 당하면서도 너희들이 그래도 참고 도와줘야 한다는
일방적 사랑을 강요 당하며 항의 한 번 못했던 우리 반 아이들.
그 아이들이 이제는 강요하지도 않았는데도 스스로 다가가 도와 주고 있었습니다.
각 반으로 흩어 졌건만 여전히 채훈이는 도와 주어야 할 우리 반 친구였던 겁니다.
그 아이들 역시 채훈와 연결된 기도 속에 살고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때론 하나님이 나를 잊었다는 생각이 들고
혹은 내가 도무지 하나님을 구하지 않을 때에 조차 하나님은
늘 함께 하신다는 생각을 합니다.
친구에 대한 사랑으로 연결된 아이들처럼
한번 하나님의 자녀이면 절대로 그냥 놓아 두시지 않으실 것임을 깨닫곤 합니다.
마라톤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영화의 주인공이 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관계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산 나인데.
그런 대단한 내가 다시 영원히 산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