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니면

[br] 릴케의 시까지 찾지 않아도 우리의 지난 여름은 참 위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남들은 그저 추억의 한 조각으로 돌렸을 여름 휴가가
우린 주님을 찾음으로 감동과 사랑을 알았습니다.
날마다 올려지는 눈물겨운 간증,
샘솟듯 퍼 올려지는 기쁨,
말로 할 수 없는 은혜를 같이 느끼며 행복했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내 몸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이 돋아나면서
밤잠까지 설 칠 정도로 가렵기 시작했습니다.
가볍게 생각했다가 병원에 가니 여러날 진찰한 의사도 원인을 모르겠다 합니다.
좀처럼 증세는 나아지지 않았지만 병원 문을 나서며 웃을 수 있었습니다.
내게 욥이 떠 올랐습니다.
기와 조각으로 긁고 싶을 만큼 악창이 심했으나 승리한 욥.
나도, 의사도 원인을 모르니 하나님만 알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가려움이 점차 줄어 듭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방언을 말하고, 환상을 보여주시고,말씀을 들려 주심에
우리는 감동을 하고 날 사랑 하심에 눈물 흘립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닌 것입니다.
이미 우리에겐 값없이 주신 말로 다 못할 보혈의 사랑을 주셨음은 잊고 내 앞의 은사에 빠지지는 않는지.
부끄럽지만 나는 은혜에 감사하던 마음이 이내 떨어져 버렸었음을 고백합니다.
찬양하던 내 입에서 불평을 말했었고
감사하던 마음을 작은 시련에 힘없이 꼬리를 감추었으며
방언을 말하던 입술에선 비난도 서슴치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쉽게 떨어져 버린 은혜에 절망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을 사랑하며 주님을 갈망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기도 합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 필리핀을 울렸다는 한국 젊은이의 글이 올랐습니다.
우리 보다 정국이 더 요란한 그 나라의 소위 식자들을 울린 그 한국 청년의 글의 요지는
필리핀인이여. 당신들은 과연 조국을 위해 울어본 적이 있는가 라고 반문하면서
그들이 미사에도 참석하고 봉사활동도 하지만 조국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짙은 비애를 느꼈다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매주 일요일 성당에서 기도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필리핀이 잘 살기 위해서는 이웃과 조국을 사랑하기 바란다.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하나님께서도 행복해 하신다. 그러니 제발 이웃과 조국을 사랑하라. 자녀에게 조국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라.
누가 여러분의 조국 필리핀을 위해 울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글은 필리핀인 만이 아니라 나도 울렸습니다.
필리핀 만큼은 아니더라도 답답한 이 때에 기도보다 불평이 앞서던 나를 반성하며 진심으로 이 나라를 위해 눈물로 기도 합니다.

방언을 말하고 환상을 보여 주시고 말씀을 들려 주신 그 은혜로 우리 청년들이
이젠 좀더 더 깊은 곳으로 가야 할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우리도 눈물로 하나님을 구할 때이며
우리에겐 이처럼 눈물로 간구하는 젊은이를 주셨으며 기도하게 하심에 감사한 나라입니다.
우리 청년들도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눈물로 구할것이며
그리하여 우리 이웃과 우리 조국도 하나님 나라에 이르게 할 것임을 믿습니다.

악창도 눈병도 몸에 가시도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 사랑이라면.
"사랑은 영원합니다. 예언은 있다가도 없고, 방언도 있다가 그치며, 지식도 있다가 사라질 것입니다. "
(고린도전서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