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빛깔

설악산, 내장산에 가지 못해도 길가 가로수 단풍만으로도 충분히 가을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때가 되면 변해야 할 것은 변해야 하는가 봅니다.
가로수 아래 쥐똥나무는 아직도 퍼런 잎으로 염치없어 보이네요.
소나무로 독야청청 할 것도 아니면서…

어제 본 여고생은 교복이 참 미안할 것 같았습니다.
옷은 교복인데 머리스타일이며 옷 매무새는 어른 빰치게 보이고
생각은 이미 학교를 떠난 것 같아 괜스리 안타깝습니다.

건널목에서 보이는 내과 광고 슬라이드를 보고 웬지 씁쓸했습니다.
‘비만 체계적 관리’
‘체형 교정’
그 옆 산부인과도 마찬가지 입니다.
‘요요현상 없는 비만 관리’
대한민국 의사님들이 갑자기 비만이 주요 질병이라 치료하려는 사명감에 불타는 걸까요?
하긴 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고맙지요.
그러나 어쩐지…
그저 히포크라테스 선언이 궁금합니다.

이렇게 느끼는 나 또한 페스탈로찌가 가물 가물 합니다.
아이들이 그다지 학교를 믿지 않는다는 요즘이고 보니
반성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제 빛깔을 낼 때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이도 저도 아니면 내치겠다는 말씀이 되새겨지고
라오디게아 교회에게 하신 책망이 커다랗게 다가옵니다.

그 피로 제 빛깔을 다 하신 그리스도 예수의 사랑을
처처마다 느끼는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