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본 영화 한편- 사랑해 말순씨

추석 무렵 어느날 부모님을 찾아 산에 올랐었습니다.
길 가의 쑥부쟁이인지 백공작 인지 모르는 하얀 꽃들을 보며
그날도 빈손으로 오르는 내 자신이 무색하여
엄마 좋아하던 들꽃들이 많아서 그냥 왔노라고
적적한 산 속이나 간간이 마을의 개가 할 일없이 짓어 심심치도 안겠네 했습니다.
그러나 늘 가신날만 기억하던 내게 그날 유난히 엄마의 생일 날짜가 커다랗게 보였습니다.
‘울 엄마에게도 생일이 있었구나!’
엄마 생신에 무엇을 했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학교 2학년때이던가
며칠앓으신 몸으로 내 생일 잔치를 준비하시며
친구들까지 불러댄 그날의 미역국에 둥둥 떴던 쇠고기가 이제와서 목에 걸린듯 하였습니다.

엄마 가시고 베갯잇 적시며
행운의 편지를 엄마에게 잘못 주었다고 미안하다며 울어대는 중1 광호가 바로 나였습니다.
죽음을 앞둔 어느날 자다 말고 일어나
언젠가 언듯 들은 성경 말씀을 기억하며 눈물의 기도를 올리는 광호 엄마가
울 엄마 였습니다.

'- 이는 네 하나님 여호와 그가 너와 함께 행하실 것임이라
반드시 너를 떠나지 아니하시며 버리지 아니하시리라 ’
아마 우리 엄마도 이 구절구절 마다 우리 이름을 들어 기도하셨을 테지요.

옛 추억으로 돌아가게 하고
가신 사람이 그립고
멋진 주연도 없는 이 영화
그러니 보시면 안됩니다.
때론 눈물 나는 반성을 하게 만들지도 모르며
점점 깊어지는 겨울밤에 기도가 길어져 잠 못들지 모르니
엄마의 기도가 생각나고 말씀이 가까이 다가와서
이전보다 더욱 주변 사람을 사랑하게 만들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