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좋은 오후에

어느날 내 귀에 녹차가 몸에 좋다는 (특히 다이어트에)정보가 입수 되었습니다.
그날 마트에 들려 잘 말린 그 유명한 보성 녹차를 의기 양양 사들고 왔습니다.
사 가지고 오는 것 만으로도 반은 해결 된 것이라 여겼습니다.
없는 시간 쪼개어 카테킨 없어 질새라 물 온도 조절해 가며 잘 마셨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좀 달라졌다는 얘기라든지
옷이 좀 헐렁해 졌다든지 하는 것을 상상하며…
몇달 지난 연말에 속이 안 좋아 병원에 갔습니다.
매운 거 드셨어요? 아니요.
커피 드셨어요? 아닌데요.
녹차 많이 마셨는데요…
그럼 녹차 많이 마시지 마세요.
헐.
그래서 기호 식품을 초코렛으로 바꾸었습니다.
왜냐? 코코아가 몸에 좋은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평소에 잘 먹지도 않던 초코렛을 또 몇 개 씩이나 사서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내가 왜 진작 좋아하지 안했을까 싶을 정도로 진짜 맛납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엘비스가 떠 오를까요?
잘은 몰라도 아마 초코렛을 너무 많이 먹은 것도 일찍 생을 마친 이유 중 하나라죠.
일년 소망 중 하나가 귀를 두껍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한 달도 안되어 초코렛에 그만…
그리하여 또다시 깨닫습니다.
먹는 일이건, 사는 일이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 일입니다
우리에게 주신 음식 감사하게 잘 먹고
주신 사명 잘 감당할 때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기뻐 할 때
그 때가 바로 은혜의 시간이 된다는 것을.

난 지금 따뜻한 녹차 한 잔에
달콤한 초코렛을 가끔씩 똑똑 잘라 먹으며
어노인팅의 '온 맘 다해’라는 찬양을 들으며 따라 부릅니다.
내 눈은 시편을 지나고 있고
내 귀는 찬양에 흠뻑 빠졌습니다.
아주 좋은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