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맺는 믿음

이따금 지나는 길 가에 자전거포 앞에는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청년 복장의 인형이 있습니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에도 무심한 주인은 외투 하나 걸쳐주지 않아 반바
지 반팔 그대로 였습니다.
그러나 그 청년 인형은 한 자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으면서 쉬지도 않고 얼
마나 열심이던지…

주유소 앞 길다란 막대 인형은 조그만 움직임에도 허리를 꺾으며 연방 인
사를 해대었습니다.
그러나 그 인사는 짧아서 금방 꼿꼿하게 제 목을 곤두세우지요.
마음을 담지 못한 인사는 그저 헛 짓일뿐 …

난 이들을 보며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믿음과
속속들이 고개 숙여지지 않은 순종을 생각하곤 합니다.
믿음과 순종은 열매 맺을 때가 가장 좋으며
그 열매조차 나눌때 더 아름답다는 것을
올 가을부터 겨우내내 볕에 말려 두었던 빨간 미가목 열매를 나누어 주며
더욱 느꼈습니다.
미가목?
미가와 어떤 관련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관절염과 기침 가래에 좋다는 것을 들었기에 지난 설에 오신 시
어머니와 동서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게다가 어시장에서 사다가 손질하여 말린 박대 몇마리까지 함께 나누어 주
니 나누어 준 것보다 더 큰 웃음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역시 열매는 나누어야 더욱 열매 답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아직 늦지 않았겠지요
믿음의 열매를 맺기 위해
홀로 하나이신 내 주께 다 맡겨 내려 놓고
기도하고 찬송하고 말씀 새겨 따를 때
올 해에도 몇자는 더 앞으로 나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