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버린 며느리는

몇 해 전 강원도 횡성인지 황간 인지 어쨌든 ‘ㅎ’으로 시작하는 작은 마을을 지나다
‘면발땡기는날’ 이란 분식집 옆에 ‘알아버린 며느리’란 상호의 음식점을 보았습니다.
둘 다 지나가는 차들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한 이름이 분명하고
주인들의 작명 감각대로 하면 음식 맛도 있을 겁니다.

내가 며느리이고 보니 알아버린 며느리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밥 하나 지을 줄 모르던 나에서 시작하여 오늘날 음식은 어쩌구 하며 요리에 대해
나름대로 일가견(?)을 갖기까지 난 얼마나 고전을 했던지요.
아마 그 며느리도 그랬을 겁니다.
생각납니다.
절치부심 며느리의 심정은 몰라주고 “매누리도 몰러” 하며 의기양양 하시던 떡볶이 집 그 어머니.
자식 같은 며느리에게 왜 모르게 했을까요?
알아버린 며느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애태웠을까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 것이며 만일 곁눈질로 알았다면 정통한 방법이 아닐 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알아낸 것을 알아버렸노라 내건 그 며느리가 애처롭습니다.
요리로 치면 난 아직도 알아내지 못한 며느리입니다.
그러나 주신 그 분으로 난 엄청난 특권을 누립니다
그 분은 절대로 섞어찌개 같은 논리로 이것도 맞다 저것도 옳다 하지 않았으며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선포 하셨습니다.
몰래 혼자 알아내고 괴로워하다가 갈대 밭에 풀어놓을 비밀거리가 아니며
도리어 하늘의 크고 비밀한 일을 보여 주리라고 하셨습니다

난 알아내기 위해 눈치 안 봅니다.
알려 주신 대로 믿습니다.
나만이 알고 있다는 양양한 비법 또한 믿지 않습니다.
말씀에 의지하며 성령의 도우심을 바랄 뿐입니다.
내 항아리에 가득 찬 물이 포도주가 되고
뱀을 집어들며, 독약을 마실지라도 절대로 해를 입지 않으며, 아픈 사람들에게 손을 얹으면 나을 그 날이 오는데
알아버린 며느리가 대수입니까?
너는 내 아들이라 하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