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밟고 죽다

함께 가자는 연락을 받고 들어 선 아파트 주차장은 주차 자리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차들이 한낮에 여유 있을 때 주차했는지 가운데 걸쳐서 보란 듯이 자리잡은 차들이 불만스럽기만 했습니다
마침내 눈에 띄는 두 자리를 발견하고 그 중 장애인전용 자리가 주차하기 편하게 보여
이 시간에 대랴 하며 자리잡고 싶었으나 어쩐지 캥겨서 그 옆에 불편하게 남은 자리에 차를 대었습니다
할머니가 내려 오시기를 기다리며 차 안에서 가방을 뒤적이며 정리하고 있을 때
차 한대가 뒤편에 서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금방 가려니 하고 하던 정리하며 무심코 보니 인천장애인전용차 라는 글자와 함께 휠체어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내려지고 거기에는 환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나도 거들어주려고 차문을 열다가 스스로 놀라 문을 닫고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꼈습니다
분명히 장애인 전용 자리를 남겨 두었는데 문을 열고 보니 주차금을 밟고 있었습니다.
나 때문에 차를 잘 대지 못한 것만 같았습니다.

‘원래 주차 자리가 마땅치 않았거든요.’
‘저기 보세요 차들이 다 자기만 생각하고 걸쳐있지요.’
‘내가 이렇게 댄 것은 순전히 저 쪽 차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구요.’
‘그리고 내가 모시러 온 분도 사실은 다리가 불편하시기 때문에 그 분 생각해서 이렇게 댄거예요’

창피한 변명을 혼자 늘어지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슨 변명을 해도 금 밟고 선 있는 것은 분명하였습니다
아무리 그럴싸한 이유라도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였다면…
내가 하는 일이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다른 사람이 그 일로 상처를 받는다면…

내 머리에 성령께서 주시는 열매 ‘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 이런 낱말을 떠올립니다

잘 나가던 피구왕 통키도 금 밟고 죽었듯이
오늘 나는 금 밟고 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