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담그며

푹 절여진 듯
부들부들 해진 겉잎을 헤치자
뻣뻣하기 짝이 없는 배추속잎에
가슴 철렁내려 앉으며
흐르는 눈물을 나는 삼킨다

속도 겉도 구별 없이
모두 다 온유하기를
사랑 가득 보들 보들 하기를
무시로 바랬건만

양념 바를 틈 없이
부러지는 속잎에
어찌 자신은 이리도 아낌인고
말씀으로도
기도로도 모자란 나 자신을 부끄러하며
나는 잎잎이 소금을 팍팍쳐댄다

조금만 더 가면 오를 듯도 한데
조금만 가까이 가면 보일 것도 같은데

언제나 숨어 있곤 하는 풀 안 죽은 잎들에
물러 설 수 없다는 비장함 마져 느끼며
올해도 소금 같은 믿음을 바래이며
뻣뻣한 잎사귀마다 소망 같은 소금을 한 줌 뿌린다
그래도 울려 펴질 성탄의 기쁜 노래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