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는 재로 남으나

그 새벽, 전화 메시지를 받는 순간부터 내 심장의 고동으로 온 몸은 바들바들 떨렸고 세상은 갑자기 왜 그리 고요하던지.
이내 올라가 본 5층 복도
예고없는 불이 남긴 흔적은 참으로 참혹했습니다
겨우 프로젝션TV 하나 탔다는데…
어제까지 예쁘게 꾸며져 있던 교실, 복도는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을만큼 새까만 재를 뒤집어 써서 발 디딜 곳이 없었습니다.

저 검은 재들!
내가 본 것은 재가 아니라 내가 남긴, 사람들이 남긴 죄의 흔적들임을
안으로 울음을 삼키며 알았습니다
그 교실 담임 선생님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죄송하다 했지만
그건 죄송할 일이 아니라 끝없이 기도해야 함을 알려주는 말보다 강한 메시지였습니다.

모두들 말을 잊고 그저 묵묵히 남긴 재를 쓸어내 보았지만
정말 정말 여전히 검은 자욱을 남겼습니다.

지워지지 않는 진홍빛 내 죄
죄는 타버려도 여전히 검게 남은 재.

예수 그리스도여!
그리하여 당신이 피 흘리셨음을
내 죄 담당 하셨음을
이 검은 잿더미 속에서 눈물 흘리며 깨닫습니다.
우리 살 동안 할 일이 죄 뿐이어도
당신의 피로 씻어짐을
그 아침 다시 한번 절절이 알았습니다.

고난 중에도
죄는 재로 남으나
그리스도 부활의 사랑을 또다시 일깨워 준 그 날은
바로 금요일 새벽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