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를 보며

고슴도치를 보며

동생네 집에 간 김에 길러 보니 정 든다는 동생의 말을 들어서 평소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고슴도치 사육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책이나 그림에서 본 적은 있지만 가까이서 보니 참 신기하다 싶었습니다.
그야말로 얼굴이 같기도입니다.
다람쥐 같기도, 코알라 같기도, 날카로운 여우 얼굴도 숨어 있는 것 같기도…
생각보다 구엽네 하는 순간 경계를 하는 녀석의 태도를 보았습니다.
‘드르륵’ 살고 있는 상자 문을 열자 귀엽게 웅크리고 있던 털이
돗바늘 돋친 듯 전신을 바늘로 덮는데 그 날카로움이라니
좀전의 구엽네 하던 마음은 금방 사라지고 건드리면 해칠고말거야 하는 고슴도치의 마음을 재빠르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날카로운 밤송이랄까? 어쨌든 하나도 안 귀여워진 모습을 보며 고슴도치 엄마가 제 새끼 에쁘다고 하는 것이 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는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누군들 나를 헤치는데 그냥 당하고 있을까마는
마음 좋다고 방심하는 순간 해친다든가 아무런 준비의 시간도 주지 않고 늘 남을 공격하고자 하는 실체를 숨기고 있다면 얼마나 가증한 일이겠습니까?
자신의 희생은 커녕 늘 나의 고지만을 사수하려는 혹은 난 절대 손해 볼 수 없다는 사람 사이의 일에 얼마나 마음 상하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지요.
자기만의 영역에 문 걸어 잠기고 외면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못 박힌 손으로 문 두드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생각 할 적에
가시 면류관의 그 아픔을 묵상 할 때에 찔려오는 아픔이 있습니다.

질시의 손가락이 남보다 나를 향하게 하시고
고슴도치의 가시 또한 내 자신을 향하여 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