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청량산도 산이라고 오랫만에 오르니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가뿐 숨에 남들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더니 내리막길에 두 아낙네의 얘기가 귀에 들어옵니다
아마 아프칸에 억류된 사람들 이야기인가 본데 몹시 거친 표현에 입에 거품문 기세로 말합니다
‘가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렸다는데 기어이 가서 말썽이냐’ 등등
말썽은 말썽이지요
몇해 전 여행에 인도네시아 가이드가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자기 할아버지가 성경책 들고 온 하얀 사람들 잡아먹었다고 그러나 이제는 잡아 먹지도 않고 자기는 크리스천 이라고 몹시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허락을 받고 목숨을 부지하려 했다면 어찌 그 땅에 예수의 이름이 전해졌으리오
지금은 오르내리기 편하게 된 나무 계단과 사이 사이 보이는 길도 오솔길들이 다 처음부터 그렇게 있었던 것은 아닐 겁니다
누군가 연이어 지나다니면서 길이 나고
인간의 모든 문명의 발달은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미지의 길을 개척했음이며
우리가 이 땅 대한민국에서 아바 아버지를 부를 수 있음도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하늘 아버지의 뜻 외에는 누가 그 길을 허락했을까요
땅의 의지가 알라보다 더 높아 보이는 저들 앞에서 덧없이 스러진 생명들과
죽음보다 못한 공포를 견디고 있는 아프칸 우리의 핏줄들에게
진홍빛 진한 주님 주신 사랑으로 기도와 찬양을 보냅니다
아직 우리가 가지 않은 그 길에서 암흑 가운데 빠진 이들에게
이 산지를 내게 달라고 한 갈렙의 그 믿음과 담대함을 전합니다

주님이 주신 땅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때에
수많은 적들과 견고한 성이 나를 두렵게 하지만
주님을 신뢰함으로 주님을 의지함으로
주님이 주시는 담대함으로 큰소리 외치며 나아가네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그날에 주께서 말씀하신 이제 내가 주님의 이름으로
그 땅을 취하리라

아버지여
이 땅의 모든 법으로도 막지 못할 믿음의 길을 가는
많은 십자가 군병들이 아직 가지 않은 그 길을 담대함으로 나아가며
그리스도 예수께로 가는 통로가 될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