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난 화요일부터 발열과 몸살로 오랫만에 자리 보전하고 누웠다가 겨우 정신 차린게 금요일
이렇다할 가사 노동 실적도 없이 나 좋은데 두루 다니다 걸린 몸살.
날 어쩌랴 싶어 맘껏 낑낑거리니 아이들보다 그래도 오래산 남편이 시중을 제일 잘 들어줍니다.
식구들 밥이야 그렇다 쳐도 이번 주일 밥 국 당번이라는 생각에 벌떡 일어난 토요일 오전
수요 예배, 금요 기도 다 빼먹고 밥하러 나가려니 혼자서도 민망하여 이를 어쩌리까 주여!
휑하니 썰렁한 교회 안, 의자 자리 어지럽고 벌써 여러 사람 드나들었으련만 꼭 날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씽크대의 밀가루, 김치 말라붙은 크고 작은 그릇들 어찌 반가우랴만
차가운 물 퍽 틀고 덜거덕덜거덕 뒤틀린 내 심사마냥 설거지를 하다가 에고 기도줄 막힌다 얼른 접었습니다.
거기서 끝났으면 시작도 안했지요.
주일 아침
늦어도 10시 10분을 목표로 출발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약 안 먹은게 생각났습니다.
성가대 찬양에 기침 섞을 것 같아 기도로 밀고 그냥 갈까 아니면 시간이 좀 있으니 다시 올라갈까 갈등하는 사이 말 잘 듣는 내 팔이 벌써 차머리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별 약도 아닌 것을 하면서 먹고 내려오니 벌써 10분 경과
엇, 그런데 시동이 안 걸립니다.
날 교회 못가게 하는 뭔지모를 음모(?) 비슷한 것 느끼며 대상도 없이 화나고, 진땀은 쏟아지고, 시간이 속력을 내며 지나가고
내가 오늘 안 간 교회의 온갖 풍경을 떠올리며 그제서야 차 안에서 기도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날 거부하는 오늘을 느끼며 차안에서 원격으로 시동을 켜니 차가 그제서야 말을 듣습니다.
켜진 시동에 놀란 것이 아니라 내 차는 정해진 명령에 그리도 잘 순종하고 있던지
내 급한 김에 원격과 수동명령을 섞어서 내리니 누가 운전하는지 믿지 못하는 착한 내 차는 아예 들은 척을 안했던 겁니다.
혼자 난리 부르스 하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들어선 교회
어쩜, 아팠거나 말거나 왔거나 말거나 내가 몇 번씩 전화 했거나 말거나 차 때문에 고생을 했거나 말거나 나와 개인적으로 친하거나 말거나 저들은 아무 관심도 없고 멀쩡한데 난 맘 상했고
저들은 오늘 아침 너무나 기쁨에 찬 것 같은데 난 몹시 우충충했습니다.
하필 검은 코트까지 .
또 올라 오는 뭔가를 느끼며 가방을 놓을 자리를 찾는데 그때 ‘다시 보아라 세상이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내려 놓지 못하는 네 모든 것까지 사랑한다’는 생각이 밀려오고 내 개인적인 변덕과 전혀 상관없이 내 안에 알지 못하는 기쁨이 올라왔습니다.
오늘 목사님의 말씀 ‘큰 사람이 되자’ 이 말씀이 왜 그리 나를 호벼파는지
하나님의 의로움으로 된 내가 저는 자 같이, 작은 자 같이 되어 작은 일에 평강을 쉽게 잃고 고난도 아닌 일에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봄을 잃어버리지 말고 힘이 들어도 웃을 수 있는 믿음을 다시 구하며 주님여 이 손을 꼭 잡고 가기를 날 인도하기를 눈물 콧물 흘리며 간구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단 한가지 명령만 받고 순종하는 착한 내 차를 타고 오며 난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세상의 명령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끼어있지 말 것과 어둠의 권세가 물러나기를 예수 이름으로 명령하는 나는 참말 맘 넓은 큰 사람이길 거듭 간구해 봅니다
생각하니 오늘 정말 큰 사랑 받았습니다
삽시에 떨어져도 난 정말 큰사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