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지못미

봄이 오는 들과 맛난 점심 그리고 JSA, 왕과나 등등 여러 영화의 촬영 흔적을 담고 있는 남양주영화촬영소에서 주지훈을 못봐서 섭섭한 청년과 어두컴컴한 차를 발견하고 유승범오빠를 애타게 부르던 청년들도 그 마음을 접었습니다.
진짜 목적지 강남기도원에서 은혜의 말씀과 기도를 드리고 뿌듯한 마음으로 목사님을 비롯한 교회 일행과 헤어질 때만해도 참 순조로운 진행이었습니다.
특별히 오늘은 기도원 후 예술의 전당 연주공연에 맞추어 일명 유리 구두를 신고 왔는데 질척한 시골길을 걸어 내려갈 때까지도 참을만 했습니다
그러나 30분을 기다려 기도원차가 출발하고 안그래도 이러다 늦겠다 싶게 가던 차가 갑자기 멈추고 큰 소리가 나서 보니 접촉사고가 났답니다.
빨리 해결하고 떠나려니 했건만 차에 탄 승객 집사님은 계속 상대 차의 운전자가 끼어들어서 시고가 났노라 기도원 기사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고 열 받을대로 받은 상대는 아주머니가 왜 끼냐고 언성을 높이며 차를 놓아주지 않고 시간은 흐르고…
차 안의 목격자 집사님이 기도하고 내려오면서 먼저 할 일이 거짓 증언일 리는 없고…
드디어 차안의 남자 집사님들과 기사를 적극 지원하던 여자 집사님등 4-5명이 차에서 내리고 일이 벌어지나 했는데 한 5분쯤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올라오며 하는 말
“미안하다고 사과하니 끝났습니다”
그 차에 탔던 모두는 안도했습니다. 우리가 옳다는 진실 보다 더 귀한 것은 원수가 오른 뺨을 치려할 때 왼 빰도 대라는 진리가 모두를 편안하게 하는 열쇠였습니다.
그리하여 20분이 지체되고 그 유리구두로 버스로 지하철로 그리고 계단과 씨름하며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 공연장에 무사 도착.
아, 요한 세비스찬 바하여!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여! 요한 수난곡이여!
아니 예수 그리스도여!!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는 이름 만으로도 꼿꼿한 뉴욕필이 연주를 하고, 명기를 들고 쟁쟁한 실력자들이 연주를 하건만 별 관심도 끌지 못하고 지휘자도 없는 계몽시대 오케스트라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연주합니다
바로크 음악의 감상이 아니라 참회였고 기도였습니다.
요한복음 말씀의 묵상이었으며 빛과 구원을 우리에게 보내신 하나님께 드리는 회개와 감사와 영광이었습니다.
우리는 현실 속에 내 것을 구하고 쾌락을 쫓으며 기도 속에 조차 거듭거듭 나의 욕망을 올렸지만 예수여 당신은 늘 분노를 참으시며 모진 고초 당함에도 우리에게 빛을 주셨습니다.
잘못한 것 같지 않은 버스가 단지 기도원이라는 이름을 달았기에 미안해야 하며, TV에선 여전히 그리스도의 수난을 연주한 계몽시대 오케스트라는 뒷전에 밀리고 로린 마젤은 더없이 빛납니다.
억울한 일 있어도 그리스도 당신 때문에 우리는 참아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함에도 우리의 목소리는 힘이 없고 우리는 늘 작아지기만 합니다
당신의 큰 사랑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그저 세상에게 미안합니다
미안함만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미안합니다
당신보다 세상을 더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값없이 주신 당신의 사랑 앞에 나약한 우리가 당신의 사랑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그럴지라도 예수여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