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는 이의 글을 읽었습니다.
난 언제 걸음마를 배웠는지 나이를 댈 수는 없습니다만 나도 적지는 나이가 아니었던 것은 틀림 없습니다.
걸음마를 배우면서 생의 속도가 달라지고
때로는 잡을 수 없는 가속이 붙고 그리하여 마흔 쉰…
산에 가서 미끄러져도 손 잡이 주는 이 없다는 쉰 살을 넘기고는 나와 멀어지는 것 몇 가지 중에 카메라 앵글도 포함 됩니다.
젊었을 적이었다 해도 폼 좋은 사진 몇 장 건질 것이 없어
햇살 좋고 바람 좋은 야유 예배 날
하필 할 일 많은 그날 나는 몹시 그 앵글 앞에 서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대놓고 말할 수도 없고 찍으라고 권하면 못이기는 체 잠시 V자 그려 주려 했건만
여기서도 쉰 이상에게는 앵글이 잘 안 온다는 냉혹한 현실과 그래, 찍혀봐야 늘어가는 주름이지 하는 두려움을 피할 길이 없었습니다.
푸른 풀밭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흐뭇한 야유회 사진 중에 섞여 있는 정말 폼나지 않는 내 수박 써는 모습이라니…
그러나 이제 알겠습니다
내 어린 날이나 젊은 날이나 쉬임 없이 은밀히 하나님의 셔터는 눌리고 계셨음을
내 이쁜 모습보다 참된 모습을 바라시며
헝클어지고 상한 마음을 다시 주 이름으로 추스리고
원수까지라도 사랑하라, 미운 이들에게 떡은 물론 그들을 위해 기도하라 하심에
저 바닥부터 올라오는 온갖 추한 마음들을 다 털어 버립니다
언제나 넘치게 차오르는 내 잔을 소망하며
주의 완전하신 사랑에
내가 주를 위하여 무엇을 할꼬 하는 강박 관념까지 모두를 내려 놓습니다.
멋진 폼은 못 잡아도 주의 피할 수 없는 몰카 앞에서
나는 그냥 수박을 썰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