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에 어제 준비한 육수가 담긴 뚜껑을 열 때만 해도 참으로 의기양양 부풀었었습니다.
‘그래, 닭 육개장이란 이런거야 하는 진수를 보이리라’
허나 꿈도 야무졌어라
육개장 국물 맛이 영 석연찮고 국물을 끓이면 끓일수록 전부들 코를 쥐며 무슨 냄새냐니???
결국 거의 완성되어 가던 그 모두를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갖가지 양념이며 닭 세 마리 푹 삶고 고아내고 이은희 집사는 맛나게 하려고 닭 껍질까지 다 베껴내고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 했건만
토요일 오후를 이은희 집사랑 둘이서 온통 다 바친 정성에도, 그 껍질조차 없던 닭들은 고스란히 여름철 습기와 고온에 상하고, 닭들의 철저한 배신에 얼마나 약 오르는지…
내 머리카락이 흔들 때마다 나는 닭의 비릿하고 상한 냄새 속에서 감당 못할 커다란 충격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 속에서 주를 바라보라는 찬양을 할 때 나는 심히 찔려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좋은 양념과 좋은 재료를 준비했으면 보관 또한 잘해야 할 것을
좋은 말씀과 좋은 찬양으로 감동 받은 양, 은혜 받은 양 두 손 높이 들었어도
교회를 나오는 순간 세상과 동화되어 전적으로 변화 되지 못한 생활을 얼마나 많이 이어가는지.
여전히 사람들 틈에 치여 때론 분노 때론 노여움 그리고 시기, 질투로 사랑 하라는 말씀은얼마나 힘을 잃은, 바람 빠진 풍선이요 냄새나는 상한 닭국물!
값진 국물이 썩은 냄새 풀풀 나는 국물이 된 것처럼 우리의 믿음이 한 순간에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 아닌지.
썩어지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광을 썩어질 사람과 새와 짐승과 기어다니는 동물 모양의 우상으로 무던히도 바꾸어 가며 얼마나 잘 살아왔는지.
구하는 것만 주님께로 사는 것은 내 방식대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닭들의 배신이 고마워 난 정말 울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 아닌 것은 모두 다 아닌 것을 또 알게 하심에 난 감격했습니다
그러나 이 일도 미리 아시고 준비케 하신 군침도는 알타리 김치와 단맛 가득 나는 호박을 주신 장로님 내외 그리고 수고하신 여러 집사님들이 계셔 그 배신에도 불구하고 우리 성도님들 맛난 점심 먹을 수 있었음은 결코 작지 않은 은혜임을 내가 압니다
그래서 내가 무딘 입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래서 내가 무딘 마음 열고 함께 하는 모든 성도들을 정말 사랑합니다
죽고 썩어진 닭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니들이 썩어줘 난 얼마나 기쁜지.
정말 아까워하지 않는단다
작년 어느 교회에서는 상한 점심 먹고 죽기도하고 입원하고 했더라니.
명심해 봅니다
가아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로
여름철 음식 보관은 반드시 냉장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