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도 더웁지도

여행 시작하는 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이번 여행의 기행문을 써서 올리라는 백 권사님의 권유가 있었어도 전혀 쓸 마음이 생겨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출발 전에 딸아이의 대만인 친구에게 날씨며 꼭 볼 곳을 안내해 달라는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여행 끝날 도착과 동시에 와서 필요가 없었지만) 그 답장이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하기에 기행문 아닌 기행문을 올립니다

멤버 구성의 우여곡절 끝에 3박4일 대만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수회에 걸쳐 여행이란 것을 해 왔기에 별 일 아닐 줄 알았는데 전날 소풍 전날처럼 설레이기는 마찬가지여서 새벽 두시에 잠이 깨었습니다
가족들 다 자는 새벽에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준비하고 5시 30분 공항가는 리무진 버스에 올랐습니다
어떤 사람은 산수 풍경 보는 것을 여행의 첫번 목적으로 친다면 나는 늘 어느 나라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러나 타이페이의 여러 여건이 우리랑 비슷하기도 하고 잠도 못자고 온 탓인지 첫날부터 흥미가 반감되었으며 다리 아프셔서 힘이 드시다는 백 권사님을 보니 여행지를 택한 나는 더욱 미안하였습니다
본국 중국과의 동일시는 무지 거부하면서도 박물관은 8000년 국립 역사 박물관이라고 내세운 이율배반과 거기서도 나타나는 동북공정의 흔적 등 등
그리고 관광지라고 안내한 도교 사원을 보노라니 한국의 무당 집을 돈 내고 보는 것 같아 심히 괴로웠던 첫날 밤 꿈에 낮에 본 도교사원이 불에 다 타는 꿈을 꾸며 ‘우리의 우상들을 태우실 성령의 불’ 임하심에 기도하였습니다.
둘째날 밤에는 백 권사님과 신 집사님 셋이 모여 거의 밤 1시까지 간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가 시작 하였는지 모르지만 서로의 믿음을 많이 나누며 모인 중에 함께 계시는 하나님을 기뻐하였습니다
여러 곳의 경치와 음식마다 나는 특유의 향과 식당마다 불친절한 종업원들 대해서는 그냥 그렇겠거니 이해 하렵니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교회의 십자가를 볼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4일 동안 달랑 교회 두 곳을 보았다면 어떻겠습니까?
게다가 4일동안 줄곧 하늘은 뿌옇게 안개 끼이고 흐린데 비는 간혹 양이 많기는 하지만 대부분 우산없이 견딜 만큼 내리고, 호텔이며 가정집이 전부 난방 하지 않을 만큼만 춥고, (한국 사람에게는 무지 춥습니다) 4일 있는 동안 햇빛 한번 못보고 나서야 그 사람들이 왜 그리 표정이 없는지 종업원들은 왜 불친절한지 이해가 됩니다
게다가 추운데 습기가 심해 에어컨이 줄기차게 뿜어져 나오는 호텔과 기차 덕분에 옴팍 감기로 후두가 부어 마지막 날에는 벙어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날에 걸리게 하심이 감사 할 뿐입니다

그 메일에서 날씨를 이렇게 표현하였더군요
그렇게 차지도 더웁지도 않은 이라고 (not so hot, not so cool)
갑자기 요한계시록의 차지도 더웁지도 않은 교회가 연상 되었습니다.
책가방이 무겁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우리 나라 동네 곳곳의 십자가가 눈에 익은 내게 그 곳은 너무 낯선 땅이었습니다
타이페이 시내를 돌며 교회의 십자가를 두 곳 밖에 못 보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많은 십자가를 내세운 교회도 차지도 더웁지도 않은 믿음을 가졌다면…
고맙게도 언니 장로님이 마중을 나와 주었고 4일 만에 맞이하는 한국의 쌈박하게 추운 겨울 날씨는 정말 좋았습니다.
추운 만큼 더운 날씨가 있을 것이며 그 날씨 만큼 확실한 믿음 가지기를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