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어느날
인터폰 저쪽의 목소리는 나를 내심 질타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게 아직도 안되었어요?’라는 후배의 말소리를 듣는 순간 나도 받은 것 만큼 돌려주고 싶어서 좀 차갑게 대답을 하고 대화는 끊어졌지만 그것으로 물러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었지요
‘기회만 와 봐라 어딜 감히… ’
그러나 교무실에 내려가 그를 본 순간 나는 생각과 영 다르게 소리내어 웃어 주고 말았습니다.
분명 이게 아니었는데 하면서도 연신 나는 웃었고 후배는 그런 나를 당황스럽게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더군요.
선은 이렇고 후는 이렇다는 어떤 변명도, 화냄도 없이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그날 퇴근 길,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것이 싸움 난 줄 알고 구경할 생각과 대리 만족할 생각에 남 몰래 즐거웠는데(?) 싸움이 아니고 새로 개업한 고깃집이 오늘 저녁에 한우를 30% 세일하다고 선 줄이었습니다.
나도 서 볼까나 하다가 시간도 없고 삼백예순날 먹을 고기거리도 아니고 한정된 양만 주는 것이라니 …
난 고기 사랴 줄 선 그 옆에서 ‘누구에게나 값없이 영생을 주시고 구원을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라고 외치지도 못하고 돌아서 왔습니다.
수요 예배 찬양을 맡은 지라 화도 눌러 참고, 고기도 못 산 나는 그저 아버지 날 알아주시리 힘껏 찬양하고 돌아가는 길에 고모부의 부음을 전해들었습니다.
우리 고모부 참, 평생을 월남전 작전 참모 시절의 영화 속에 갇혀 호령으로 일관 하시다가 말년에 예수 믿으라는 말에 쑥스러워 농담처럼 기도 하셨다지만 난 압니다.
강함 속에 나약하셨던 그 마음을.
돌아가시기 며칠 전 딸의 권유로 목사님의 기도로 그리스도를 영접하신 그 약한 믿음을.
고모부 이젠 편안 하십니까?
아직도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큰소리 뻥뻥 치고 계시나요?
그러심 안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