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룬 밤

지난 주 토요일
늦은 밤 서울발 인천행 버스를 무려 40분이나 기다렸다가 겨우 탄 그날 그 버스 안에서는 새치기로 인한 욕설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열받은 사람이 먼저 소위 ‘얻다대고 반말이냐’ 식의 고함으로 미안한다는 말을 생략했고 그 소리를 들은 남자는 ‘새치기한 주제에 모 잘났다고 감히…’를 하며 조금의 양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쪽은 그저 열받은 평범한 중년의 부부였고 상대편은 말하는 소리며 태도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닌 싸움 선수 같았습니다
급기야는 몸을 날리는 난투극이 벌어졌고 버스 안은 공포와 고함으로 가득찼습니다
하나님의 정의는 소리없이 사라졌고 목소리 크고 욕 잘하는 기센 사람만이 버스를 장악하고 말았습니다
지하철 등에서 그렇게도 잘 찍어 올린다던 동영상도 공포 속에 찍을 염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그저 ‘주여주여’ 숨죽여 탄식의 기도만 하는 수 밖에 …
공포에 질린 부부는 갈 길을 포기하고 버스에서 내리는가 싶었는데 그토록 멀쩡하게 먼저 소리지르며 싸움의 포문을 열었던 남편이 싸움의 충격 때문인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사지가 뒤틀리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정류장 주위 사람들이 놀라 지르는 소리를 남기며 버스는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그 자리를 떠났고 나를 포함한 버스 안 승객들은 기가 막힌 일을 목격했음에도 모두 침묵속에 …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했어도 막았을 일을 그만 나이가 좀 있다는 객기를 부리다가 더한 악에게 아무 의미없이 쓰러지다니…
버스 안에는 기세 등등한 싸움 선수가 아직도 있기에 보복이 두려워 어떤 항변도 비난도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내내 쓰러진 남자의 처지가 너무 억울하고 그 가족들이 느낄 참담함에 부르르 떨려왔지만 한마디도 거들지 못한 나 자신도 참 비겁하고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발길은 무거워 심한 멀미조차 올라왔고 마침 먼데서 들리는 경찰 싸이카 소리는 얼마나 무심하던지요
그날 밤 거친 세상에서 이같은 일이 얼마나 일어 날것이며 그때마다 폭력이,악함이 선함을 이기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 계속 될 것을 생각하니 잠이 들 수가 없었습니다
쓰러진 남자가 제발 무사히 깨어나기를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그 악함에 대하여 갚아주시기를 깊이 간구하였습니다
다음날 주일 예배에 아무리 억울해도 참고 악함을 입에 올리지 말라는 말씀이 내내 이어졌고 말이 존재의 집이라는 말씀 또한 커다란 울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생명을 사랑하고 좋은 날 보기를 원하는 자는 혀를 금하여 악한 말을 그치며 그 입술로 거짓을 말하지 말고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고 화평을 구하며 그것을 따르라
(벧전3:10-11)
정녕 주의 말씀만이 진리이며 자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