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합시다

지난 여름에는 지리한 날씨 만큼이나 지루하고도 마음 찌뿌두두한 일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시작은 학부모 서비스로 생활기록부를 확인한 학부모가 정정 요청을 해 온 단순한 것이라고 해도 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이란 모를 일이어서 도끼만 발등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찍힌 발등이 더 아픈 법이지요.
작년에 그 아이를 아무리 예뻐했으면 뭘 합니까?
자신의 자식에 대한 불이익이라 생각했던지 전화 저쪽의 목소리는 너무도 단호하여 그 얼굴이 생생하게 내 앞에 있는 듯 하였습니다.
사실 그거 그리 필요도 없는 일이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상대가 중요하다고 한다면 그대로 하는 수 밖에는 방법도 없고 해서 조금 불편하고 섭섭한 마음은 들었지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반드시 정정해 주겠노라 약속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내 정정 작업을 하려던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법이 바뀌어 과년도 사항은 달리 정정의 방법이 없어진 것입니다.
바꾸려면 내가 교과부 장관이 되는 수 밖에…
방법을 찾지 못한 나는 여름방학 내내 갑자기 그 생각이 나면 혼자 한숨 나올 지경이 되고…
드디어 2학기 개학이 되고 나는 어찌 되었건 결과를 알려주어야만 했습니다
에스더의 ‘죽으면 죽으리라’ 하는 비장함과 ‘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 이 전쟁은 너희에게 속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는 역대하 20장 바로 그 무대에 내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시는 것 또한 하나님의 영역임을 기도하고 나서 통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입니까?
그렇게도 완강하던 어머니가 도리어 나에게 그동안 부담을 주어서 정말 미안하다며 방학동안 얼마나 불편하셨냐고 위로까지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만지고 바꾸는 일은 누구의 능력일까요?
능력없는 내가 한 일은 그저 잘못된 일을 인정하고 할 수 없는 일임을 성실하게 설명하며 오직 모든 일을 기도하며 맡겼을 뿐이었습니다.
긴장하며 같이 듣고 있던 동료교사들도 모두 야호를 외쳤습니다.
법이 바뀌어 되지 못할 일을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선하고 바르게 하심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뭐 그리 큰일도 아니라 하겠지만 난 스트레스에 거의 죽을 뻔 했다니까요.
그게 무슨 일이었냐면 아이가 작년에 받은 상이 기록이 안 되었다는 것인데 희안하게도 다른 아이들은 다 있는데 왜 그 아이만 내 실수도 아니고 여러 사람의 실수로 실수의 종합세트처럼 빠져버린 일입니다. 바뀐 법은 전학년 동안 수상 기록이 되는 것은 가장 최고의 성적만 기록하면 되는 일이었고 그 아이는 복되게도 올해 최고의 상을 받았기에 작년 기록은 있으나 마나가 되는 것이지요.
이것도 여호와 이레 일까요?
언제든지 누가 되었든 성실하게 축복하며 살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