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편에 설 건가

사람만 말을 하는 건 아니더군요.
아침에 학년 회의실 문을 열자 분위기가 ‘나도 무거워 죽겠다’고 소리 지르며 살려 달라고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아, 오늘도 또…
한 사람씩 보면 나쁜 사람들이 아닌데 그들이 오늘도 또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언쟁과 설전의 사전적 정의는 안 찾아 보아서 모르겠으나 나름 대로 생각하여 내린 결론은 좀 서로 말해 볼 가치가 있다 싶으면 언쟁이요, 하나마나 입만 아플 것 같으면 설전이라고 정의를 내린 나로서는 그들은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게 분명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잘 들어보니 ‘넘어가 넘어가 ’하면 될 일 인 것 같았습니다만
이럴 때 나서서 어느 쪽 편을 들을 수도, 황정승처럼 당신들 둘 다 맞소 할 수도 없고…
점차 둘의 목소리가 격앙되기에 이르를 때 명색이 리더인 나 이기에 내가 나섰습니다.
“나이 덜 먹은 쪽이 먼저 양보하세요”
나이를 들먹인 건 치사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쨌든 설전은 그쳤습니다
단 둘 사이에도 이런데 나랏 일을 할 대통령을 뽑는 일은 얼마나 많은 언쟁과 설전들이 오가는지 설명 안 해도 다 알 일입니다.
어느 편에 설 건가 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껏 몇 십년 살아 본 경험과 늘 귀에 익고 마음에 새긴 믿음에 의하면 학급의 반장을 뽑는 일까지 적어도 수장을 뽑는 일은 사람의 뜻이 아니었습니다.
학급 반장만 해도 내 마음에 맞는 반장이 뽑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으면 그 아이는 출마를 안한다든지 하고 엉뚱한 녀석이 어부지리 하는 것을 종종 보아 왔습니다.
분위기 무겁게 만드는 언쟁도 나라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정쟁도 모두 하나님 뜻 안에 있음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어느 편에 설 건가?
이제 분명합니다.
이도 저도 아닌 우리는 그저 공의의 하나님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