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수업 끝 시간 즈음 교실에 새 한 마리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은 환호하고 새는 날아갈 길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열린 창문이 많았건만 새는 입구를 찾지 못하고 유리창에 여러번 부딪히고.
아이들이 ‘어휴’ 하며 안타까워 하였습니다.
정말 안타까워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유리창에 부딪혀 날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 새를 붙잡아 날려 보내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새를, 아파하는 새를 동영상을 찍으며 날아갈까 봐 도리어 더 촬영하려는 아이들이 늘어나기만 했습니다.
그 아우성에 옆 반에서도 아이들이 구경하러 원정오기에 이르르니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고.
길 못찾는 불쌍한 새, 그걸 촬영하는 얄미운 아이들
어쩜 바로 5cm 만 더 낮게 날아도 길을 찾을 것을. 조금만 눈을 낮추면 길이 보이는 것을.
새는 그걸 몰라 제 몸에 상처를 내고…
정의의 사도 내가 나서 간단하게 우산 꼭지로 새를 창문으로 몰아서 겨우 나가게 해 주었습니다.
고마운지 만지 인사도 없이 새는 날아갔습니다.훨훨.
새는,
조금만 낮추면 길을 찾을 수 있었는데.
조금만 더 숙이면 길이 일찍 보였을텐데
나도 조금만 더 낮추면, 조금만 더 숙이면 길을 찾을 것 같습니다.
길이 정말 잘 보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