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타기

주일마다 시댁에 가곤 합니다
차를 두고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에 이번 주에는 매일 먹는 밥이 물리면 가끔 라면, 짜장을 먹듯이 무슨 타 지방 장거리 여행도 아닌데 한 시간이나 걸리는 시내버스 대신 그동안 타보기를 별러 왔던 새로운 수인선 전철을 타 볼 겸 전철을 맘먹고 탔습니다
등산 하듯 계단 오르기며 다시 갈아 타고 또 기다리고를 3번 반복하고서야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한 시간이면 족할 줄 알았던 시간이 그만 한 시간을 훌쩍 넘어 20분이나 초과된 시간이었습니다.
내릴 때부터 혼자 구시렁거리며 ‘괜한 짓이야’를 연발 하며 모두들 나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을 느끼며 늦은 발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가는 길에 내 딴에는 늦은 잘못을 만회 할 량으로 감자탕 집에 들러 뜨끈한 감자탕을 푸짐하게 싸갈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거기까지 하였으면 정말 칭찬 받을 뻔하였는데 나오다가 예정에 없이 내 눈에 들어오는 이제 막 튀겨져 나오는 돈까스 광고 사진에 끌려 그만 돈까스를 다시 주문하고 기다렸습니다
거기서부터 꼬였지요.
그 때 식사를 마치고 나가던 한 아주머니가 없어진 신발 찾아내라고 난리 치는 통에 식당 주인이 그 아주머니 해결 하느라 정신 다 나가 결국 신발은 찾지도 못하고 대신 이 엄동설한에 화장실 슬리퍼 하나 받은 아주머니가 불만스런 얼굴로 나갈 때까지 나는 개밥에 도토리 마냥 주문한 거 달라고 보채지도 못하고 서 있었습니다
늦게 음식을 받고 부랴부랴 갔건만 이런 애닲은 사연을 말 할 새도 없이 밖이 껌껌해 지도록 오지 않은 나를 바라보는 눈들이 따가웠습니다
그 중에 누가 젤 눈치 주었겠어요?
사연도 모르는 남편이 ‘성의가 2% 부족하다’며 눈이 치켜 올라가 있었습니다.
그거였습니다.
바르고 빠른 길은 오직 한 가지라는 것.
정해진 줄 알면 정해진 대로 가던 길을 주욱 가야지 알지도 못하면서 어쩌면 맞을지도? 하는 생각으로 행하면 실제는 얼마나 다른 결과를 보이는지 또다시 경험하고야 말았습니다.
반드시 새로운 길이 좋은 것도 아니고 아니었습니다.
인생의 전철을 기다리는 이들이 생각납니다
나의 인생 길에서 이제껏 내가 알고 믿던 그 좋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다른 길로 바꿀 수는 없는 것입니다
혹 다른 곳에 좋은 것이 있을까 교회를 떠난 이들이 하필 추워진 날씨에 오들오들 떨며 전철을 기다리다 시간을 허비한 나 같지나 않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