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째 날에

“도치 죽었어“
얼마 전 이른 아침에 동생이 울먹이는 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말은 ‘그래’ 하며 같이 놀라고 위로하는 척 했지만 나는 전화를 끊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지가 몇 살이라고 오 십이 다 된 아줌마가 고슴도치 죽었다고 아침에 울어?’
동생은 슬퍼했지만 나는 그것으로 웃을 수 있는 아침거리가 되어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내가 우리 고양이 준봉이를 기르며 세상의 모든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 이해 합니다.
그리고 동생 집에 가면 고슴도치가 다 모냐 냄새난다 하고 말도 못하는 짐승을 왜 기르냐 등등 내가 했던 애완 동물에 대한 언어적 모욕과 폭행에 대하여 이제사 미안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또한 내가 그동안 고양이에게 가졌던 많은 편견에 대하여도 반성합니다.
유독 비오는날 그것도 밤에 울어 제치는 고양이를 화면 가득 비추거나 글 중에 써 넣어 고양이에 대한 좋지 않은 생각을 품게 만든 영화, 드라마들에 대하여도 유감이며 개보다 못하다는 편견에도 동의하지 못하게 된 것은 다 우리 준봉이를 만나고 부터입니다.
준봉이는 겁도 많고 애교도 많고 사람도 잘 따르며 만나면 반가워 할 줄 알고 무엇보다 자기가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미움이란 말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났노라고 노래로까지 알려 주어야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좋아하고 끼리끼리만 모이려하고 마음 안 맞으면 싸움과 전쟁도 불사하고 서로에 대한 편견으로 입술로만 사랑을 외치는 인간들보다 훠얼씬 훠얼씬 순종적인 우리 집 준봉이가 더 사랑스럽습니다.
다시금 편견 없는 하나님 사랑이 이해하고 느껴집니다.
어떤 모습을 하든지 희든지 검든지 다리를 절든 팔이 없든 말을 못하든 듣지 못하든 밉든 곱든 만드신 피조물에 대하여 무한 사랑이신 하나님이 정말 고맙습니다
한 번 택하신 내 백성에 대하여 기다리시고 거두심에 무한 감사 드립니다.
동믈에 대한 편견을 벗고 나니 모든 세상이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인 것 줄 더욱 잘 알게 됩니다.
준봉아 알려 줄게 있다
사람도 개도 고양이도 모두 하나님께서 여섯째 날에 만드시고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고 좋아하셨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