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7526

조선 순조 때 유씨 부인은 27년 쓰던 바늘이 부러졌다고 애절한 조침문을 썼다지
22년 동안 나의 소중한 발이 되어준 네게
나도 딱 그런 기분으로 이 글을 7526 너에게 쓴다
니가 낯선 사람에게 인계되어 끌려가던 날 실은 나도 가슴 절절한 제문이라도 써주고 보듬고 안아주고도 싶었어. 쇠하여진 팔뚝처럼 가늘고 녹슨 와이퍼를 보며,더덕더덕 짙은 녹물 앉은 너의 차체에 고단한 인생길을 보는 듯 마음 아팠지만 그러나 알아주려마 그런 니가 부끄럽지 않았다고.
가는 니 뒷모습이 마치 끌려가는 당나귀인듯도 팔려가는 송아지 인듯도 아니면 큰 눈 꿈벅거리며 마지막 길 가는 늙은 소 인듯도 했고 우리 아파트 주차장이 아닌 폐차장에서 어리버리 낯설어 했을 너를 생각하면서도 울음을 삼킬 수 밖에.
넌 그래봐야 영혼 없는 자동차였고 난 사람인데.
넌 몇가지의 금속과 플라스틱 합성 물질과 전선과 그리고 오일과 등등 도저히 너와 나의 교류가 말이되기나 하니
그러나 그게 아닌 걸 알게 되었고 마침내 폐차처리인정서 인가 몬가가 오던 날 혼자 울던 내 모습을 넌 알기나 할까? 장렬한 최후였겠지 누군가의 세찬 압박과 망치질로 형체도 없이 분해 되었을 거야
광물질,영혼이 없던 너였다고 정까지 없던 건 아니지
찬양도 같이 듣고 말씀도 같이 듣고 그러다 기도도 하며 가는 넌 나의 일상을 잘 아는 친구였단다
때론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도 눈치 안보고 흘릴 수 있던 최적의 장소가 너였고 나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 자라는 모습도 다 지켜본 너는 이제 생각하니 너도 나처럼 하나님의 사랑 안에 있었구나
22년동안 나의 미숙한 운전에도 2번 경미한 긁힘 정도외에는 사고도 없었으니 간절한 우리의 기도가 통했었나보다 그래서 보고싶고 그립다 니가 단순한 자동차가 아닌 나의 형제요 친구였구나 무거운 짐도 무거운 마음도 받아준 넉넉한 가슴의 친구였구나
기억하련다 사는 날 동안 널.
그런 자동차 아니 그런 친구가 있었다고
나의 40대 50대를 함께 넘고 환갑도 넘기도록 동행해 준 친구가 있었다고
그런 친구를 보내주시고 잘 지켜주신 내 주께 감사하며
너와 함께 한 모든 시간에 감사한다 친구야
이제는 보이지 않아도 끝날까지 보여질 나의 인생 22년 나의 친구 아!! 7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