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때가 왔습니다
쓸쓸해서 흐믓한 가을입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유난한 더위로 헐떡인 계절이었습니다
선풍기 한대 없이도
무난했던 여름들이었건만
지난여름에는 그만
그 바람기계를 두 대나 사고 말았습니다
주여, 이 가을 타작마당에 서서 돌아보오니
선풍기로 시원하게 살았던 지난여름이
그것 없이도 잘 지냈던 지지난 여름들보다
조금도 자랑스럽지 않음은 무슨 연고일까요
오호라
여름같은 인생이여
천국 언덕에 올라 돌아보오면
있어 편안하게 살았음보다는
없어도 족히 이겨 사는 인생이
훨씬 자랑스러울 것임이 분명하옵니다
많이 가져 편안함보다는
적어도 부족함은 느끼지 않는 부요함
이것이 주님이 주시려는 축복인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가을이옵니다
이 가을보다도
골백번 위대하신 주님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