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9일
뭐 대단한 날은 아닙니다
누구 생일이냐구요
그것도 아닙니다
그냥 계절이 바뀐
그런 날 일 뿐입니다
유난히 습한
무더위의 날들이
갑자기 가을처럼
서늘해진 그 날
열어제끼고
벗어제끼고 살아야했던 어제를 지나
이불을 꺼내 덮고 잔 그날
바로 8월 19일입니다
그제는 여름
어제는 가을
그러니 어제가
실상 입추인 셈입니다
이 가을 아침에 보니
희한하게도
오돌 토돌 솟아나 있던
땀띠가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가려움은
말할 것도 없구요
단 하룻 사이에
그렇게 선명하게…
생각이 납니다
십자가의 그날
먹구름 덮히고
비가 내리고
무덤이 열리고
죽은 자들이 살아나고
하루 사이에
아니 분초사이에
천지가 개벽한
전후가 뒤바뀐
그 날 이후
…
우리 영혼은
얼마나 깨끗해졌을까…!
이제
가을을 살아야지
이제
가을을 즐거워해야지
사계의 가을도
영혼의 가을도
계절만 바뀌어도
이토록 말끔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