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소나무처럼

녹음이 짙은 여름에 보면
넓적한 잎들의 기세가 세다

찬 서리 이슬 내릴 즈음 될 때
없는 듯 있는 소나무의 진가를 본다

찬바람 휭휭대는 겨울에야 무엇하랴
그 잎 넓은 나무들은 온 옷을 다 벗는다

낙엽이 떨어진 후에야 비로소
소나무의 푸르름을 아는 것이다

모두가 두루뭉술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는
비슷한 것이 제대로보다 더 좋아 보이는 법이다

더 좋아 보임만으로도
더 나쁠 수 있음을 아는 것은 지혜다

풍요로운 때 진리는 항상 뒷전이다
풍상이 섞어 내리면 진리는 기지개를 켠다

광풍이 불어제낄 때
진리는 비로소 빛을 발한다

진리는 소나무처럼
상록수이다